이마트, 이젠 대형마트 아닌 투자전문회사?
입력 2021.06.04 07:00|수정 2021.06.04 14:13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신사업 확장하려는 전략이지만
    '본업'인 이커머스 비교적 집중도 떨어져 시장 우려도
    • 이마트가 야구단에서 모바일 플랫폼까지 전방위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시장에선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에 이마트가 더 이상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그치지 않고 유통 관련 '투자전문회사'처럼 변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유통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면서도, 이마트의 과거 투자 이력과 재무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본업'인 유통과 거리가 있는 투자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이다.

      올해 들어 이마트는 야구단 SK와이번스, 온라인 편집숍인 W컨셉을 인수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골프 기업 테일러메이드에도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회사 출자를 통해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마트 자회사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연이어 5개의 호텔을 출점했다. 이마트가 지난해 조선호텔앤리조트에 운영자금으로 3700억원을 지원한 덕분이었다. 올해 1월에 인수한 야구단 ㈜신세계야구단(SSG랜더스)에는 운영자금으로 400억원을 수혈했다.

    • 이마트가 투자 저변을 넓히는 것은 신사업을 찾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본업의 방향성에서 벗어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삐에로쑈핑, 부츠(드러그스토어),소주사업(제주소주), 피코크 전문점(PK피코크) 등 '유통' 사업들 또한 공격적인 확장을 했다가 부진한 수익성으로 접게 된 이력이 있음을 감안해서다.

      관심을 모은 SSG랜더스 인수는 '쇼핑과 오락의 결합'이라는 취지는 들어맞지만, 인수 타이밍과 재무적 부담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단 평이다. 현재 야구단이 수익성이 좋은 상황이 아닌 만큼 초기 투자금액이 상당히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무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통 기업으로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는 의미에서 야구단 인수는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다만 시점에 있어서 지난해 과거 벌렸던 사업들을 많이 정리했고 대표도 새로 부임하고 실적도 하반기에 많이 정상화됐는데 다시 돈을 들여 본업과 상관없는 투자를 하는가에 대한 아쉬움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통 트렌드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평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야구단 인수는 정용진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구단주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겠냐는 등,  왜 인수했는지 시장에서 의문을 갖는 것도 사실"이라며 "야구는 2~3시간씩 시간 쏟아야 하는 스포츠로,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MZ세대의 성향으로 자리 잡힌 상황이라서 소구력이 있겠냐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확장을 이어가는 호텔 사업은 당장  단기적인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국면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가 어느정도 회복이 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호텔을 오픈하고 성장세를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호텔사업이 오픈과 동시에 수익성 궤도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보니 초기 비용부담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수원, 청라, 창원 등의 출점이 계획돼 있는 가운데 화성테마파크, 동서울 터미널 등의 투자규모가 큰 대규모 개발사업도 추진 중이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연결 기준(공동출자 사업인 스타필드하남·안성 포함) 순차입금은 2018년말 2175억원에서 지난해말 1조469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SSG닷컴이 인수한 의류 플랫폼 W컨셉과의 시너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W컨셉의 실적 규모가 크지 않아 당장 SSG닷컴과의 시너지가 가시화되긴 어렵다. W컨셉의 2020년 전체 거래액 규모(GMV)는 2350억원으로 지난해 3조9236억원을 기록한 SSG닷컴 연간 GMV의 20분의 1수준이다.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기존 50% 이상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추가 지분 매입이 성사되면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이마트 실적 성장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증권사 유통 연구원은  "스타벅스 브랜드 파워가 절대적이라 1조원을 들여 인수하고 매년 1000억원 수준의 로열티를 지급하더라도 몇 년안에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이마트가 현재 '본업'인 유통에서 가장 핵심인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투자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다양한 분야로 투자를 다각화하는 것이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점도 맞지만, 이커머스 사업인 SSG닷컴에 투자를 집중하는 게 현재 이마트의 전반적인 수익성 제고에는 핵심이란 분석에서다.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은 성장 부담이 큰 상황이다. 올해 1분기 GMV 성장률은 기저효과로 인해 둔화됐다. 작년SSG닷컴 GMV가 식품 위주로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다. 2020년 1분기 SSG닷컴 GMV 성장률은 41.3%였으나 올 1분기 SSG닷컴 GMV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본업인 쓱닷컴에서 수익성 등 실적이 잘 나오고 나서 공격적인 투자를 해나가면 시장이 좋게 평가할 것 같은데, 이커머스 시장이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저거 할 때가 아닌데' 라는 평이 나오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