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투자자 증자 참여 금지령' 덕 본 하이브 유상증자
입력 2021.06.04 14:08|수정 2021.06.07 09:57
    발행가액 산정 기간 주가 높게 유지
    공매도 금지 덕…"하이브가 최대 수혜자"
    • 하이브(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44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공매도 제도 변화'의 최대 수혜를 입은 거래(deal)로 손꼽히게 됐다. 당장 1차발행가액 산정 기간인 3월부터 4월까지는 공매도가 원천 금지 됐다. 공매도 재개 이후에는 '공매도 투자자 증자 참여 금지'의 덕을 봤다. 덕분에 주가는 증자 발표 이후에도 상승을 멈추지 않았다.

      하이브는 유상증자를 통해 해외 레이블 이타카 홀딩스(Ithaca Holdings) 인수 대금 1조원을 모집하고 있다. 하이브의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에도 상승세를 보여왔다. 유상증자 신주 배정일인 19일 전 신주인수권을 받고자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하이브의 주가는 15일 6% 가량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해당 일자는 전체 상장 주식의 39%에 해당하는 보호예수물량이 해제돼 주가 하락 우려가 큰 날이었다.

      물론 해외 레이블 인수 등 하이브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반응했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공매도가 전혀 없던 덕에 주가 하락이란 낭패가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로 해석되는 이슈다. 지분 희석 뿐만 아니라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까닭에서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라는 칼을 빼들기 이전엔 발행가 산정 기간 동안 공매도로 발행가를 끌어내려 신주를 싸게 매입하고, 해당 신주로 차입한 주식을 갚아 차익실현을 하는 방식이 투자업계에서 활용돼왔다. 일례로 지난해 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증자 계획을 공시한 뒤 공매도 비율이 23.54%까지 치솟은 탓에 주가가 하락, 증자 규모도 20% 가량 줄었다.

      먼저 하이브 유상증자를 위한 1차 발행가액 산정 기간은 공매도 전면금지 기간과 겹친다. 발행가액 산정 기간은 3월 15일부터 4월 14일까지였다. 해당 기간 동안, 빌린 주식을 매도하고 아직 상환하지 않은 '공매도 잔고 수량'는 0주를 유지했다. 덕분에 한 달 간 하이브의 주가는 21만~25만원대 사이를 유지했고 1차 발행가액은 할인율 15%를 적용해 20만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공매도가 일부 재개된 3일부터 하이브의 공매도 잔고는 늘고있다. 지난달 4일 2만주를 기록하던 하이브 공매도 잔고는 26일 10만주로 5배 가량 늘었다.

      다만 공매도 금지가 일부 풀린 데 따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5월 한달간 하이브의 공매도 잔고는 260억원대로, 같은 기간 공매도 집중포격을 맞은 삼성전자(2628억원)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공매도 재개 이후 한 주 동안 주가는 26만원대까지 치솟았고, 2차 발행가액은 21만6000원으로 1차 발행가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결정됐다.

      '공매도 시 유상증자 참여 제한'이라는 규제 덕분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유상증자 기간 공매도를 할 경우 증자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개정안에 명시한 바 있다. 유상증자 참여가 제한되는 공매도 시기는 유상증자 계획 공시 다음날부터 발행가격이 결정되는 날까지다. 하이브의 신주발행공고는 4월 2일에, 발행가격 결정은 5월 28일에 났다. 5월 3일 공매도가 재개됐다 하더라도 28일까지 하이브를 공매도할 경우 이번 유상증자 참여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상장 당시 공모가도 높았던 하이브는 유상증자를 통해서도 큰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됐다"며 "공매도 관련 제도 변경의 최대 수혜기업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