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 아워홈 매각 발목 잡은 경영권 분쟁
입력 2021.06.07 07:00|수정 2021.06.08 09:44
    오너일가 지분 일부 혹은 통매각 가능성
    주주인 4남매간 갈등에 '난항' 예고
    "주주간 뜻 맞아야 하지만 순탄치 않을 것"
    골치아픈 딜이라 인수 후보 찾기 쉽지 않아
    • 범LG가(家) 식품업체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금 불거졌다. 아워홈은 그간 오너 일가 지분 매각 혹은 통매각 등 관련 시나리오들이 업계 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오너일가 간 내홍(內訌)으로 매각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세 자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구미현·구지은·구명진씨 3인은 4일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선임된 21명의 신규 이사들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했다.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오빠인 구본성 대표이사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하는 안까지 통과시켰다.

      구 부회장은 대표직은 빼앗겼지만 사내이사직은 지킬 가능성이 크다. 사내이사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3분의 2 이상 지분의 동의가 필요한데 구 부회장의 지분은 38.56%로 3분의 1이 넘는다.

      아워홈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매각 가능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미지수다.

      아워홈은 비상장사로 기타 지분(1.89%)를 제외하면 모든 지분을 4남매가 나눠 갖는 사실상 오너 일가 가족회사다. 그간 M&A업계는 아워홈이 통매각 혹은 오너 일가 지분 일부 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해 왔다. 대기업 위탁급식 사업이 하향세인 만큼 성장률은 둔화할 수밖에 없고 제품군 소비자 인지도도 크지 않아 사업정리 시그널은 꾸준히 있었다. 장기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은 만큼 그룹 차원에서 사업확장에 큰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다. 기존 B2B 제품 공급라인을 줄이고 그룹 자체라인을 구축하면서 매출에 타격이 생기기도 했다.

      그룹 내 계열사들과 사업적 연결이 많이 돼 있다보니 쉽사리 매각을 결정하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발(發) 매각 이슈가 제기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대기업 단체급식 일감 개방' 목소리를 내면서 매물 출회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이어져왔던 만큼 공정위의 수사는 기업들에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아워홈의 단체급식 매출액 중 범LG가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마진율도 외부 일감에 비해 10% 높은 편”이라며 “범LG가 물량이 빠지면 영업이익이 절반가량 빠져나가 사업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간 700억원 이상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1조원까지도 언급된다.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평이다. 하지만 합종연횡을 기대하기엔 위탁급식사업 확장에 의지가 있는 곳이 흔치 않다. 제품군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크진 않지만 꾸준히 이익은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대형 PE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원매자로 한앤컴퍼니가 언급되기도 했었다. 작년 대한항공으로부터 기내식 사업 및 기내면세품 판매사업을 9900억원에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는 단체급식 사업부 인수에 지속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아워홈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매 간 경영권 갈등이 다시금 불거진 점이 결정적으로 매각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오너 일가 모두의 뜻이 맞아야 하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만큼 매각을 원하더라도 순탄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CJ, 신세계 등 전략적투자자(SI)들도 내부 일감 비중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아워홈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었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골치아픈 딜(Deal)’이 될 수 있어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워홈은 올 들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잇따른 주총 연기로 재무제표 확정을 하지 못해 지난해 감사보고서도 두 달째 공시되지 않고 있다. 매각 등 안건이 승인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매각 대신 기업공개(IPO)로 선회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만큼 매물 출회는 주주와 종업원들의 권익 보호 및 경영쇄신 차원에서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이 경우 실적을 안정적으로 수성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선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사업 성과가 관건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기대감은 크지 않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아워홈의 미국 현지 항공기내식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영업환경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아워홈은 2018년 한진중공업으로부터 항공기내식 자회사 하코를 인수했다. 해외로도 판로를 확대하려 단행한 투자지만 아직까지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