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흥행’ 대우건설 매각, 인수후보들 자금 조달력은 미지수
입력 2021.06.11 07:00|수정 2021.06.14 07:44
    3년전과 달리 매각 절차 전부터 인수 노크 이어져
    시가만 2조원 육박…대출 감안해도 1조 가까이 필요
    국내 후보 펀딩 부담…中 건설사 한국 투자 미지수
    • 3년 전 대우건설 M&A는 흥행 부진을 겪다 무산됐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회사의 실적과 업황이 개선됨에 따라 매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원매자들이 몰려들었다. 초기 흥행엔 성공했는데 매각자의 기대치는 높고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남아 있어 인수 후보들이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들어 대우건설 매각을 본격화했다. 이달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DS네트웍스 컨소시엄, 중흥건설, 중국 최대 건설사 CSCES(중국건축공정총공사),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 쟁쟁한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200곳 가까운 원매자를 찾아다닌 끝에 무산됐던 지난 번과 비교하면 주관사(BoA)의 일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대우건설은 국내 주택 분양 시장 호황에, 해외 수주 환경 개선의 수혜를 입고 있다. 주가는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뛰었고, 매각 대상 지분(50.75%)의 시가는 어느덧 1조9000억원에 육박한다. 매각자 눈높이는 2조원대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자는 절반은 빚으로 조달한다 해도 1조원 가까이를 더 마련해야 할 수 있다. 지난 실패가 생생한 매각자 입장에선 거래의 완결성, 즉 자금 조달력을 깐깐히 볼 것으로 보인다. 최소 경영권 지분(34%)만 남기고 시장에 팔 수 있지만 인수 후 주가가 유지될 것이라 장담하긴 어렵다. 인수후보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스카이레이크는 7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가지고 있는데 출자자(LP) 동의를 받아도 최대 30%, 2000억원가량만 쓸 수 있다. DS네트웍스는 현금 동원력이 1조원에 달할 것이란 평가도 있지만, 건설업에 대한 시각은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 인수도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움직이지 않았다. 보통 전략적투자자(SI)가 위험을 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컨소시엄은 사모펀드(PEF)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냔 시선도 있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스카이레이크는 별도로 프로젝트펀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제안이 온다면 대우건설의 현금창출력을 살펴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계 건설사의 관심도 높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신인도는 낮다. 대우건설은 저가 수주로 고생했어도 해외에서 기술력과 인지도는 인정받고 있으니 중국 건설사들이 탐을 낼 만하다.

      다만 중국 건설사들도 대규모 M&A는 부담이다. 쌓아둔 자금은 천문학적이지만 중국 정부가 여전히 외환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자금을 해외로 반출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매각자는 연내 거래를 완결하길 바라는 이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다. 회사 설명자료는 국문과 영문 정도로 나가기 때문에 번역하고 내부 승인을 받는 것도 일이다. 지난 매각 때엔 시간 여유가 많았음에도 중국 기업들이 대응하기 쉽지 않았다.

      아부다비투자청은 상대적으로 자금 활용이 용이하지만 대우건설에 매력을 느낄 지는 의문이다. 중동 지역의 사업은 대형 사업자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굳이 사업체를 직접 꾸릴 이유가 많지 않다.

      중흥건설도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거론됐다. 호남 지역에서 기반을 닦고, 최근 수도권으로 확장하고 있다. 주택 분양에서 대우건설 인수 시너지 효과도 있다. 대형 M&A로 재계서열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인데, 지난 대우건설 매각 때는 인수 검토에 머물렀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해왔지만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면 그룹의 유동성을 거의 대부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다. 금융업계에선 여전히 건설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 건설사가 건설사를 인수하는 데 얼마나 대출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페이스 메이커에 그치는 것 아니냔 시선도 있다.

      호반건설이 이번에 다시 등판하느냐에도 시선이 모인다. 지난 번엔 해외 부실 문제로 인수를 접었지만 이번엔 부실 부담이 상당히 완화했다. 다만 매각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자금 증빙이나 계약 문구 조정 과정이 빡빡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에 쓰려 했던 금액보다 몇 천억원을 더 써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