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성 중요해져…"씁쓸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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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채권 브로커 자리에 골프선수, 승무원 출신 등 채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력의 여성들을 기용하며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여성 인력의 채용자체는 문제될 것 없지만, 아직은 전문성이 없는 일부 직군 출신 여성들이 상당수 채용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연히 '결국 외모를 감안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해진 것이다.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몇 증권사들이 채권 브로커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외모가 뛰어나고 영업력이 출중한 여성들을 기용했다"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트레이딩 시스템이 있어 브로커가 불필요한 주식과 달리, 채권은 브로커가 여전히 필수적이다.
D증권사는 골프 영업을 지원하는 역할로 채용된 골프선수 출신 직원을 영업 파트로 옮겼다. M증권사는 청담동에 위치한 유명한 소갈비집 알바생을 채권 브로커로 데려왔다.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채권에 대한 기초 교육을 시킨 뒤 영업에 뛰어들도록 했다. 최근 채용된 인력들은 승무원, 골프선수, 연극영화과 등 출신이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성과도 좋다는 전언이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여성 브로커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이 많이 찾을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라며 "해당 여성 브로커들의 거래량이 적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이들의 처우도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로 한 증권사 소속 브로커는 성과급을 더 줄 수 없어 집을 받았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각 브로커 개인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금융권 관계자들은 "여의도에서 돈을 벌려면 펀드매니저가 아니라 브로커를 해야 한다"며 씁쓸해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결국은 여성의 외모를 채용기준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높은 학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 굳이 채권투자 경험이 없는 영업력 중심의 여성들을 데려다 브로커로 채용한 이유를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채권 브로커를 미리 준비한 인재들 입장에서는 공정한 채용 기회가 박탈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올 수 있다.
이들이 결국은 성과를 내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 아니냐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채용되어서 성과를 더 많이 낸 것은 사실이다"며 "결국은 회사 입장에선 돈을 많이 벌어다 줄 사람을 뽑는 것이 최우선이니 전문성보단 주목성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 것이 업계 기준으로는 그 나름 공정채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업계에서 활약을 하던 기존 여성 채권브로커들이 '도매금'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채권업계에서는 일부 여성 브로커들의 맹활약이 널리 알려진 바 있고, 이들 가운데 투자관련 영화에 자문 역할로 참여한 이도 있다.
한 현직 여성 채권 브로커는 "채권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중심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했다"며 "최근 논란이 된 일부 채용과정이 마치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될 경우, 갖은 노력을 다해 성과를 인정받았던 여성 채권브로커들도 동급으로 인식되면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를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전문성보다는 주목도 우선' 현상이 비단 채용에서만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영업과 마케팅 전반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증권사들은 영업인력 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을 통해 특정 이미지로 포지셔닝(Positioning)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자연히 업무에 대한 지식보다는 '주목'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이러다보니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들도 자료 수집 및 보고서 작성 결과보단 출연한 유튜브 조회 숫자로 성과 평가를 받는 실정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2일 07:00 게재ㆍ1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