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착시? 성장세 주춤하면 엑시트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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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업계의 골프 관련 산업에 대한 주목도는 여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해외 원정골프가 불가능해진터라 국내 골프산업에 수요가 몰렸고, 여기에 2030세대의 신규 골프인구가 증가하며 시장이 급성장했다.
다만 유독 한국 기업들이 골프용품 업체 인수 및 골프산업 투자에 열을 올리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밸류에이션이 과다하게 높다는 지적부터 "지금이 꼭지 아닌가"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러다보니 산업 성장세가 주춤할 경우 자칫 투자금회수(엑시트)가 불투명해지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다.
최근 화제가 된 국내 사모펀드(PEF)의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인수는 골프용품 업체 역대 최대규모의 M&A로 기록됐다.
센트로이드PE는 세계 3대 골프업체인 테일러메이드를 17억달러(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2011년 휠라코리아가 타이틀리스트 등을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하며 지불한 매각가 13억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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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이루어져 온 골프용품기업 M&A는 최소 2500만달러에서 최대 7억달러 수준에서 진행돼 왔다.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M&A는 테일러메이드, 타이틀리스트(12억2500만달러)가 유일했는데 두 기업 모두 국내 인수자들이 경영권을 거머쥐었다. 테일러메이드 입찰에서도 신세계·F&F·CJ 등 국내 기업들이 유독 관심을 드러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테일러메이드가 크로스보더 딜임에도 유독 한국 기업들이 유독 열심히 참여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투자업계가 골프산업에 상기돼있음을 증명한다”며 “골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즐기는 인구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국내투자자들이 책정하는 밸류에이션도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스포츠용품 및 패션기업들도 골프산업 성장세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MZ세대(1980~2000년생)의 골프인구가 늘면서 골프웨어와 골프용품의 다양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캘러웨이골프코리아는 라이선스로 전개하던 캘러웨이어패럴의 계약이 종료되는 7월 직접 어패럴 사업에 뛰어든다. 한섬도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런칭을 준비 중이다.
테일러메이드 인수에서 SI로 '내셔널지오그라피'라는 브랜드를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를 선택한 것도 이와 동일한 연장선상으로 파악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골프용품 업체 투자를 고민하더라도 테일러메이드 딜 성공 사례와는 분리해서 봐야한다"라며 "마크앤로나, 풋조이(타이틀리스트), 에코가 고가라인이고 그 아래 나이키 아디다스인데 딱히 메이저 플레이어가 없다고 생각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SI 들어가 시너지를 꾀하는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골프관련 기업의 주가도 고공행진하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국내 스크린골프장 운영회사인 골프존은 올해 3월 6만원대에서 6월 11만원대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10년 전 글로벌 3대 골프용품업체인 아쿠쉬네트(Acushnet Company)를 인수한 휠라홀딩스의 주가도 같은 기간 3만원대에서 5만원대 후반으로 올랐다.
유행처럼 번지는 골프관련 투자로 인해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골프용품과 연습장 등 파생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도 드러난다. 실제로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선 골프를 컨셉으로 중저가 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나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한 골프웨어 스타트업은 아직 브랜드의 런칭도 하지 않았으나 시리즈A 투자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과정에서 낮은 회수 가능성에 투자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한 고급 골프연습장 투자를 고민하다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게 더 이득일 것이란 판단 하에 최종적으로 투자를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골프용품 사업을 영위한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받아들여 선뜻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골프용품업체 딜은 인수자와의 시너지가 중요해 인수 이후의 전략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해외 기업들의 골프용품 관련 M&A 사례들은 부족한 상품군을 보완하거나 소속 선수들과의 협업을 꾀하기 위한 목적이 다수였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이런 시너지를 통한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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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