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에서 상수 된 美 '테이퍼링'...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 예고
입력 2021.06.25 07:00|수정 2021.06.28 10:22
    6월 테이퍼링 언급, 8~9월 가이드라인 예상대로
    3분기 변동성 커질 전망...단기적으로 '조심' 신호
    투심 흔들리며 크래프톤ㆍ카뱅 딜에도 영향줄 듯
    • 주가와 금리를 쥐락펴락하며 변동성을 키우던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내며 하반기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6월말부터 8월 사이 하락장을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줄어들며 당분간 상승장이 이어질 거란 반론도 나온다.

      오는 3분기는 여러 측면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지 여부가 핵심이다. 증시의 흐름은 올해 자본시장의 랜드마크 딜로 꼽히는 크래프톤ㆍ카카오뱅크 상장 등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진행된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예상대로였지만 조금 더 매파적(긴축선호)이었다. 시장에서는 6월 FOMC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이 언급될 거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언급이 이뤄졌다. 채권시장은 이미 8월 잭슨홀 미팅 혹은 9월 FOMC에서 테이퍼링의 스케쥴에 대한 언급이 이뤄질 것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자본시장의 키워드는 '인플레이션'이었다. 백신 공급에 따라 경제 재개 가능성이 커지며 수요가 급증했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원자재와 생산자 물가가 급등했다.

      증시 등 자산 시장의 가격 급등에 이어 물가까지 급등 가능성을 보이자, 더 이상 돈을 풀지 말아야 한다는, '테이퍼링'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시장은 경제 지표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테이퍼링 가능성을 반영하며 부침을 거듭했다.

      6월 FOMC 이후 하반기 글로벌 자본시장의 키워드는 '테이퍼링'이 될 전망이다. 이제 테이퍼링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남은 건 시점과 강도, 그리고 테이퍼링 뒤에 이어질 금리인상이 언제가 되느냐다. 시장은 '8월 잭슨홀서 가이드라인 제시, 2022년 테이퍼링 개시, 2023년 기준금리 인상'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을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는데, 사실 이게 금융시장에는 리스크 요인이었다"며 "시장도 무작정 완화적인 정책을 지속하는 것보다 테이퍼링 논의 시작과 필요할 경우의 금리인상을 좀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 테이퍼링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국내 자본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전반적으로 '3분기 초입의 소나기는 피하자'는 인식이 강하다.

      6월 FOMC 이후 달러가 강세를 띄며 원달러 환율은 17일 하루에만 13원이나 뛰어올랐다. 1110원대에서 안정세를 띄다가 단숨에 1130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선물도 대거 매수했다. 미 국채 10년물은 1.5%아래로 급락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개인 매수세로 약보합에 그쳤지만, 대외 환경은 비우호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주로 '매수'(BUY)에 무게를 싣고 있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어조도 세부적으로는 톤이 바뀌었다. '당분간은 위험관리'(한국투자증권), '테이퍼링 영향은 8월까지는 모두 소화할 것'(키움증권), '조정을 활용해서 성장주 비중 확대'(KB증권), '4분기에는 전고점 돌파 가능'(SK증권) 모두 지속적인 강세장을 예측하지만, 6월말에서 8월 사이 단기적인 출렁임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출렁임'을 국내 증시가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배경엔 '순이익 증가 추세'가 깔려있다. 올해 코스피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올해 1월만 해도 100조원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6월 중순들어 140조원 부근까지 치솟았다. 특히 1분기 실적 시즌이었던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110조원대에서 130조원대로 급격히 상향 조정됐다. 6월 들어 코스피 지수가 전 고점을 잇따라 상향 돌파한 건 이런 이유에서라는 평가다.

      증권가에선 올해 코스피 연간 순이익 규모를 150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2017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47조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는데, 테이퍼링 등 대외 변수로 증시가 와르르 무너질 리 없다는 판단이 강세장 전망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려가 없진 않다. 5월 초 130조원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된 코스피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2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다소 둔화된 추이를 보이고 있다. 6월 이후에도 뚜렷하게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철강 같은 산업군이 있는 반면, 조선ㆍ레저ㆍ기계ㆍ유틸리티 등 순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된 산업군도 많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유동성 장세와 순이익 전망치 상향에 따른 강세장은 얼추 마무리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하반기에 지수 대비 플러스 알파를 내려면 정치 테마주ㆍ대선 관련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농담이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1년여간 유래없는 폭등장을 지나며, '값이 좋을 때 어서 팔자'는 자본시장 매물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3분기 중 거래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변동성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이퍼링발(發) 변동성에 가장 취약할 수 있을 거래로 크래프톤 기업공개(IPO)가 꼽힌다. 크래프톤은 6월말 수요예측을 거쳐 7월 중순 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던 거래로 무난한 흥행이 예상됐지만, 장외거래가를 뛰어넘는 공모희망가 밴드를 내놓으며 이미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투자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공개(IPO) 시장에 증시 변동성이 더해지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전에도 포스코건설ㆍ현대오일뱅크ㆍ호텔롯데ㆍSK루브리컨츠 등 '랜드마크 딜'로 꼽히던 대형 공모주들이 시장 급락과 이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로 수요예측 관문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 상장 공모를 진행할 전망인 카카오뱅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크래프톤이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이미 증권가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카카오뱅크마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13배에 이르는 장외 거래가를 공모가의 기준선으로 삼는다면, 한여름 IPO 시장이 빙하기를 맞이할 거란 전망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테이퍼링으로 인한 국내 증시 영향을 현 시점에서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여름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는 업종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