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불지핀 메타버스 열풍…버블 혹은 엘도라도?
입력 2021.06.25 07:00|수정 2021.06.28 10:20
    "버블도 맞고, 커질 시장도 맞다"
    사업 기회 노리는 IT·유통·통신사
    디바이스 상용화 · 규제 이슈 관건
    • 최근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메타버스(Metaverse)'다. 코로나로 가상세계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산업을 막론하고 확장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펀드'를 내놓았고, SK텔레콤은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는 제페토를 '한국판 로블록스(Roblox) '로 만들겠다며 확장을 예고했다.

      다만 지금 거론되는 메타버스가 계속 발전해 온 가상세계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관측이다.

      메타버스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메타버스는 기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서 연장된 개념이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실상 어디까지가 메타버스인지도 범위 규정이 애매하다.

      특히 한국의 2030 세대는 과거 ‘아바타’와 ‘도토리’를 쓰는 싸이월드부터 아이템을 거래하는 RPG(롤플레잉게임)들, 가상현실 속에서 활동하는 얘기를 담은 인기 웹툰들까지 ‘메타버스’의 개념이 이미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분석이다.

      IT업계에 정통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R, VR 등 IT 업계에서는 계속 해 온 것들로 ‘메타버스’라고해서 새로운 건 없다”며 “지금 시장의 자극적인 마케팅은 버블이 껴있는 상태이고, 어차피 커질 시장은 맞지만 생활 가까이 오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대응은 아직 '시작 단계'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붙이면 돈이 되니까 관심들이 많고 실제로 관련 자문도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아직 M&A(인수합병)나 본격적인 투자가 많지는 않고, 운영이나 판권 이슈 등을 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메타버스가 떠오를까. ‘코로나 나비효과’가 크단 평이다. 지난해 코로나 쇼크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가상 생활’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관련 기술에 대한 논의가 빨라졌다.

      올 초 미국에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 상장이 불을 지폈다. 로블록스는 코로나로 학교가 닫자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미국 Z세대(2000년대생)의 55%가 로블록스에 가입했고, 지난해 기준 13세 미만 가입자가 175만명이다. 시가총액은 상장 초 44조원에서 현재 60조원 수준에 육박한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자산인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더해져 ‘무형자산’이 주목받으면서다. 지난해 플랫폼 기업들의 시총이 오른 가운데 무형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밸류에이션 논의가 커졌다. NFT로 무형자산의 가치를 증명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맥락에서 메타버스가 주식 시장에서도 의미를 가진다는 관측이다.

      과거와 다른 핵심은 ‘생산성’의 포함 여부다. 가상 세계에서 ‘돈을 벌 수’ 있으면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로블록스의 결정적인 성공 요인도 플랫폼 내에 직접 사용자가 게임을 만들고, 가상화폐인 ‘로벅스(Robux)’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점이다. 사용자는 게임에서 생산되는 가치에 대해 수익 배분을 받는다. 지난해 125만명의 로블록스 유저가 3억3000만달러를 벌었다.

    • 특히 한국은 메타버스 사업과 관련해서 기회가 많다는 기대감이 크다. 게임 산업에서 한국은 세계 시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IT 플랫폼 회사들이 웹툰과 웹소설 등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메타버스를 통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기회가 있다. 제페토, 위버스 등의 플랫폼에서 K팝 아티스트의 가상 이벤트를 성공시킨 사례도 나온 바 있다.

      B2B(기업 간 거래) 측면에서 확장성도 크다.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은 유통사다. 가상 세계에서 실제 상품들을 구매하게 만들 수 있기까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라이브 커머스 등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커지는 만큼 기회를 노리고 있다. 통신사들은 메타버스를 5G를 활성화 할 콘텐츠로 보고 있다. 5G 활성화를 위해선 대용량의 데이터가 끊임없이 필요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다만 메타버스 관련 사업의 확장을 위해서는 디바이스(기기) 상용화가 먼저다. PC에서 스마트폰처럼 디바이스의 획기적인 진화가 있어야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메타버스도 ‘파워풀’한 디바이스가 나오지 않으면 의미 있는 발전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기기 제작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디바이스 영향력이 있는 애플이 기기를 출시하면 관련 콘텐츠도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규제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산업 분야는 어떤 규제가 적용될 지 모르는 것이 리스크”라며 “게임도 그렇고 정부에서 ‘신기술’에 회의적인 경우가 많은데, 혹시나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해서 공무원들이 본인 담당일때는 허가를 내주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메타버스도 관련 법률적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