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악용 탓…'기관' 자격으로 운용비 벌어"
투자매력 경감에 우려…서류 작업에 지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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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전환사채(CB) 투자와 공모주 청약에 일부 제재를 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간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었던 CB는 주가가 상승할 경우 전환가액을 상향하도록 의무화한다.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일부 전문사모운용사들은 '사모펀드 전담검사반'으로부터 주요 법규 위반 사례 관련한 자료를 받는 등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사모전문운용사들이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고위험·고수익을 지향하는 '하이일드펀드'란 비히클(Vehicle)을 활용해 차익실현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용비용을 충당하는 등의 사례들이 제재의 도화선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의 악용 사례를 일반화해선 안 된다며, 사모펀드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조만간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다. 그간 주가 하락시 전환가액을 하향조정하는 리픽싱(Refixing)만 가능했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CB의 전환가액을 상향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악재성 루머를 퍼뜨려 주가를 하락시키고, 전환가액을 낮추어 차익실현하는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함이다. CB의 주요 투자자는 소규모 PB(Private Bank)나 전문사모운용사 등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투자 관련 제재는 운용사들에게 꽤 오래 전부터 예고돼왔던 건이지만 아직은 확정 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예고된 제재 사항은 상향 리픽싱 조항 추가와 콜옵션(매도청구권) 제한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것 관련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들이 함께 구성한 '사모펀드 전담검사반'은 전문사모운용사를 대상으로 '공모주 펀드 운용 관련 유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자료를 16일 보냈다. 전담검사단 측은 "공모주 펀드 가입을 유치하기 위한 업계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의도치 않게 불건전 영업행위로 이어질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 특정 투자자로부터 요청을 받아 운용하는 경우 ▲ 투자중개업 인가 없이 펀드 명의로 공모주 청약을 하는 경우 ▲ 동일한 전략의 여러 펀드 중 특정 펀드만 수요예측에 단독 참여하는 경우 ▲ 내부적 투자판단 과정 없이 자문만 받고 운용하는 경우 등을 법규 위반 사례로 들었다.
실제로 일부 규모가 작은 전문사모운용사가 '개인보다 기관이 청약에 있어 유리'한 점을 악용해 단기성 공모주 펀드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전언이다. 해당 자금을 토대로 운용 비용을 대부분 충당하기도 한다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모전문운용사도 기관으로 들어가니 개인보다 유리했고 이를 활용해 공모주 시장 좋을 때 짭짤한 수익을 올려왔다"라며 "그간 금감원에서 문제제기를 안하다가 이번에 한 것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분명 불공정하다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운용사들이 '기관'으로 분류되는 것을 이용해 개인투자자보다 우위를 점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에 금감원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소수의 악용 사례로 인해 CB 자체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데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공모주 펀드를 정당히 운용해온 운용사들도 투자 관련 자료를 남겨야 하는 등 일이 늘었다. 금융당국은 투자 집행시 절차와 세부 내용을 자료로 만들어둘 것을 운용사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사는 본업인 투자와 더불어, 투자 절차에 대한 자료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 부업에 쫓기고 있다.
상향 리픽싱 조항이 추가되면 CB가 본연의 투자 매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리픽싱은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CB의 본질적인 매력 중 하나였다. 그간 하방은 방어가 됐는데 이제는 뚫리게 돼 그 매력이 줄 것"라며 "일부가 상향 리픽싱 조항이 없음을 악용한 사례를 일반화하여 제재를 적용하는 듯 한데 향후 CB에 자금 유입이 줄어들 것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일부 부작용을 근거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금지했던 바 있다. 이후 중소기업 자금 조달 이슈가 불거지자 2015년 공모에 한해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그 사이 연 10조원에 달했던 BW 발행 시장은 고사(枯死)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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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