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서비스 제공 기업' 피어 선정에 의문
"모방 의혹 우려"…고민 깊어진 카카오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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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뱅크가 증권신고서를 통해 비교기업(Peer Group)을 공개하면서 카카오페이가 난처한 상황이 됐다. 비교기업 모집단이 일부 겹칠 뿐만 아니라, 선정 기준도 다소 유사한 까닭이다. 카카오뱅크가 단순히 은행업뿐만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회사'로 비교기업 산정 기준을 넓히면서 생긴 이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카카오뱅크가 선정한 일부 비교기업은 카카오페이와 더욱 어울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후발주자인 카카오페이의 에쿼티스토리(상장 청사진)가 카카오뱅크와 겹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기업가치 산출을 위해 선정한 비교기업 집단이 상당부분 카카오페이가 선정한 것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카카오페이는 28일 상장 예비심사(이하 예심)를 통과했고, 증권신고서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산정식을 점검한 카카오페이측은 비교기업군 등 신고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카카오뱅크는 해외 플랫폼사 4곳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미국의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컴퍼니(Rocket Companies), 브라질 금융기술 회사 패그세구로(Pagseguro Digital), 러시아 디지털 은행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Group), 스웨덴 디지털 금융 플랫폼 업체 노르드넷(Nordnet AB) 등이 포함된다.
특히 브라질 금융기술 회사 패그세구로는 카카오페이도 비교기업으로 검토한 기업이다. 패그세구로는 브라질의 소비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결제를 비롯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플랫폼이다. 가맹점 등에 결제시스템을 제공하는 카카오페이로선, 비교기업 집단으로 선정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해당 기업을 '비대면 비즈니스'나 'B2C 비즈니스'의 영업수익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비교기업 집단에 선정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선정한 비교기업들은 인지도가 낮고 오히려 카카오페이와 사업구조가 비슷한 기업도 있다"라며 "뱅크와 페이가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가져갈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일정이 지나치게 가까워서 생긴 이슈"라고 말했다.
모집단 뿐만 아니라 선정 기준도 유사하다고 전해진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자산관리, 데이터 및 거래 처리장치, 모기지금융사에 해당(산업유사성) ▲올해 1분기말 기준 자기자본 5억달러 이상이거나 시가총액이 10억달러이상 충족(규모유사성) ▲지난해 기준 3개년 영업수익 연 평균 성장률이 15% 이상이거나 영업이익을 시현(재무유사성) ▲지난해 기준 온라인/모바일 기반 여신 비즈니스나 B2C 금융플랫폼 비즈니스의 영업수익 비중이 모두 20% 이상 차지(사업유사성)을 논리로 내세웠다.
카카오페이와 주관사단은 고민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비교기업 집단 선정과 관련해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로부터 수 차례 피드백도 받으며 공을 들였던 카카오페이로서는, 카카오뱅크의 '선수'에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에게 비교기업 집단을 선점 당한 모습"이라며 "카카오뱅크가 활용한 공모가 산정 논리 일부를 그대로 두고 카카오페이가 상장에 나선다면,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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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9일 16:1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