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린 곳은 사모펀드 뿐…PEF 편중 심화한 인수금융 시장
입력 2021.07.01 07:00|수정 2021.07.06 09:52
    2분기 주요 거래 모두 PEF發
    인수금융 시장 큰 손된 PEF
    저금리 기조, 기업 실적회복에
    리파이낸싱 거래도 활발
    • M&A 인수금융 시장에서 사모펀드(PEF)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조(兆) 단위 인수금융 거래는 대형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의 자본재조정 거래였다. 2분기 들어선 모든 인수금융 거래의 차주가 PEF인 현상도 나타났다.

      올 상반기 국내 인수금융 시장은 약 9조4200억원 규모로 약 40여건의 거래가 진행됐다.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유사하지만 거래 규모는 14%가량 감소했다. 최근 수년 간 꾸준히 거래 건수와 거래량이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수금융 시장은 2019년 상반기에 직전년도 전체 거래금액을 뛰어넘었을 정도로 활황세를 띄었다. 드라이파우더(미소진투자잔액)가 넘치는 PEF들이 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대기업들의 해외투자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금융기관들과의 접점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때아닌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인해 대기업들의 M&A는 자취를 감췄다. 대기업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대형 M&A를 지양하는 기조를 지속했고 동시에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확보에 나섰다. 주요 금융기관들의 연간 인수금융 거래 규모는 20조원을 훌쩍 넘었으나 올해는 과거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동안 PEF 운용사들은 인수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고객으로 자리잡았다. 대기업들이 자산을 매각해 재무 여력을 비축하는 동안 PEF들은 비교적 우량한 대기업 계열사의 지분투자에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보강했다.

      글로벌 PEF 운용사 KKR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기자재 사후관리(AS) 전문 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에 약 6400억원을 투자하며 2대주주에 올라섰다.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는 각각 티맵모빌리티에 2000억원씩, 프랙시스캐피탈은 JTBC스튜디오에 3000억원을 출자했다. 티몬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에는 기존 투자자인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추가로 투자했다. 모두 상장전투자유치(Pre-IPO) 성격을 띄는 거래들이다.

    • 사실 올해는 PEF들의 대규모 리캡, 리파이낸싱 거래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심화하며 포트폴리오의 전반적인 업황과 실적 전망이 밝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하지 못했던 리파이낸싱 거래들이 올해 들어선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현재까진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예상되는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서둘러 리캡, 리파이낸싱 거래에 나서는 모습이 나타났다. 1년여 가까이 끌었던 두산공작기계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셀다운(재판매) 작업도 올해 들어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올해 초엔 한앤컴퍼니가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고객이었다.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의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올해 초 총 2조1000억원(텀론 1조9200억원, RCF 18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했다. 한앤컴퍼니는 대출 금리가 다소 낮추는 효과를, 대주단은 한온시스템의 주가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담보를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앤컴퍼니의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SK해운도 올해 초 1조25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추진했다. 해당 거래에 참여한 금융기관들도 순위표상 상단에 위치했다.

      PEF의 리파이낸싱 거래들은 2분기에도 꾸준히 진행됐는데 앵커PE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VIG파트너스의 프리드라이프·본촌·오토플러스, 어피너티의 SSG닷컴 지분 담보의 리파이낸싱이 대표적인 거래이다.

      국내 PEF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는 “많은 운용사들이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포트폴리오의 실적이 꺾이면서 리캡, 리파이낸싱에 나서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기업들의 실적도 상향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기 전 인수구조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2분기에 진행된 인수금융 거래 26건 모두 PEF 운용사의 경영권 인수, 지분투자, 리파이낸싱 거래였다. 당분간은 대기업들의 확장 기조가 다소 움츠려든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PEF들을 주요 고객으로 맞이하려는 금융기관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엔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센트로이드PE의 테일러메이드 인수와 관련한 인수금융 거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가장 큰 M&A로 기록될 수 있는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매각 작업도 진행중이기 때문에 인수금융 시장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