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회계사 고발 공판 시작…벌금형만 나와도 수백억 손실우려?
입력 2021.07.02 07:00|수정 2021.07.01 18:38
    벌금 100만원 유죄 판결도 자문 업무에 영향 커
    기업가치 평가 업무 IB 등에 의뢰하기도
    관련 업무 수수료 증가 등 업계에 파장 클 듯
    • 교보생명 풋옵션 관련 공인회계사를 고발한 사건의 재판이 시작됐다. 해당 사건의 결과에 회계법인, 로펌 등 자문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벌금 100만원이라도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수백억 자문시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이달 초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임직원과 어피너터 컨소시엄 관계자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향후 재판일정을 조율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첫 공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회계법인, 로펌, 컨설팅 회사에는 ‘세기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문사 서비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월 교보생명의 주식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다는 이유로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을 기소했다. 교보생명 풋옵션 관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중재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교보생명 주식가치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문제삼음 부문은 ‘공인’회계사의 역할이다. 공인회계사는 공정하게 주식가치를 산정해야 함에도 해당 업무를 맡긴 어피너티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주식가격을 산정한 것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해당 업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중재재판에서 가치산정을 위해 필요한 서류이고, 양측이 각각 자문사에 의뢰해 주식가치를 산정하고 추후 다시 조율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검찰이 주장하는 ‘공정가치’ 산정과 업무의 특성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어느쪽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건 해당 재판 결과의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벌금 100만원이라도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해당 업무 자체가 없어지거나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해당 업무를 추후 못하게 될 경우 한 회계법인당 100억원 이상의 자문업무가 사라질 것이란 설명이다.

      당장 해당 사건으로 검찰의 기소가 이뤄진 이후에 자문시장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통상 작은 수수료로 해당 회계법인에 해당 업무를 맡겼지만, 이제는 외국계 투자은행(IB) 등에 높은 수수료로 해당 업무를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외국계 IB들은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가치산정 업무를 미국에 있는 본사에 의뢰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리포트를 써주는 만큼 상당한 수수료를 요구한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가치산정 업무를 회계법인에 맡길 수 없을 경우 결국 외국계 IB 등에게 해당 업무를 맡겨야 하고 수수료도 크게 차이가 난다”라며 “더욱 어려운 점은 리스크가 존재하면 잘 맡으려고 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미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해당 업무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벌금 100만원이라도 ‘유죄’ 판결이 나오면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안진 쪽 변호를 맡은

      김앤장도 해당 사건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무죄’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사실상 패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치평가 업무가 전문성이 높은 업무인데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경우 재판부가 벌금형 정도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그 어느때보다 재판 결과가 부담스런 상황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할 경우 벌금형 정도에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하지만 이 경우 해당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문업무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벌금형도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