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초유의 재입찰 진행…가격 떨어져도 올라도 후폭풍 예고
입력 2021.07.02 07:00|수정 2021.07.05 14:33
    중흥은 높은 가격, DS컨소는 매각 절차에 불만
    KDBI, 인수 완결 위해 유례없는 재입찰 결정
    재입찰 결과 어떻든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가격 떨어지면 특혜, 무산되면 책임론 우려
    •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대우건설 매각 재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의 가격 격차가 큰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재입찰을 결정했는데, 입찰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다시 제안받은 가격이 기존보다 낮아진다면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높이 받는다 해도 거래 종결을 확신하긴 어렵다. 매각이 유찰된다면 이번처럼 높은 가격을 받기 장담하기 어렵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I와 매각주관사 BofA는 2일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으로부터 2차 제안서를 내달라고 통보했다. 제안서 제출은 2일 오후다. 인수 조건 등에 대한 제안은 기존과 동일하되 인수가격만 다시 써내도록 했다. 후보들이 2일 마감 기한까지 2차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기존의 제안서를 갖고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은 전적으로 KDBI에서 맡고 있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치러진 본입찰에선 중흥건설이 2조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써냈고,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2조원 미만의 값을 제시했다. 각종 조정 사유가 있지만 일단 금액은 중흥건설 쪽이 크게 앞선 분위기다.

      다만 금액차가 크다 보니 양쪽의 분위기도 크게 달랐다. 중흥건설은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생각을 할 만한 상황이다. 지금 굳이 무리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판단할 수도 있다.

      가격을 낮게 쓴 DS네트웍스는 중흥건설의 입찰 조건을 문제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제안에 일부 흠결이 있으니, 결격이 없는 쪽에 우선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아직 500억원의 입찰보증금도 받지 않은 터라 누구든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이다.

      인수후보들이 실질적으로 제시한 가격이 얼마냐는 따져봐야 하지만 표면적인 금액만 따지면 중흥건설이 우위를 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하니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아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것도 아니고, 전형적인 프로그레시브딜도 아니다. 산업은행 관련 매각 거래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재입찰 결과가 어떻게 나더라도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두 후보가 모두 인수 의지를 새삼 불태우며 처음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다면 KDBI 입장에선 최선의 결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흥건설이 써낸 가격은 지금도 높다. 낮추길 바랄 만한 상황이다. DS네트웍스는 현금 동원력이 좋지만, 사모펀드(PEF) 대신 홀로 우발 위험 등을 지는 것이 부담스럽다. 괄목할만큼 추가 금액을 써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재입찰 명분을 위한 들러리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액이 지금보다 낮아진다면 모양새가 더 이상해진다.

      보통 M&A에선 가격 조정 조항이 담긴다. 이번 대우건설 M&A도 많이 쓴 쪽이 우발채무 처리 등 손해배상 조항을 많이 넣고, 적게 쓴 쪽이 조항을 조금 넣었다면 가격 차가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어찌됐든 중흥건설이 입찰가를 낮춰 남는다 해도 처음 받은 금액보다 덜 받고 파는 셈이니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 반대로 중흥건설이 가격을 낮추고, DS네트웍스가 중흥건설 수준의 값을 써내 우위를 점한다면, 중흥건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원매자가 모두 발을 빼는 것이다. KDBI와 산업은행 모두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KDBI가 가격과 거래 종결에만 집중한 탓에 매각 절차가 급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지금까지 대우건설을 살핀 원매자들 모두 매각자 측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 않다. 재입찰까지 진행해놓고 거래가 무산되기라도 하면 후폭풍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과거 대우건설의 주가 등락을 감안하면 다음 매각에서 이번처럼 후한 금액을 제시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