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는 되고, LNG는 안되고"…모호한 ESG 기준에 시장 '혼란'
입력 2021.07.05 07:00|수정 2021.07.06 08:56
    발표 앞둔 K-ESG 지표,택소노미…"부처별 입장 달라"
    모호한 ESG 기준에 시장에선 '억울함' 호소하기도
    '녹색'에 집착보단 '동기부여' 돼야 한단 목소리도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붐’이 뜨겁지만 국내 ‘ESG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SG는 자본 조달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필수가 된 만큼, 기업들은 ESG 기준에 더욱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 중심을 잡으려 하지만 각 부처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시장이 납득할 기준을 마련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정부에서 ESG 관련 사업을 추진중인 것 중 대표적인 것이 ‘K-ESG 지표’와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산업분류체계)’ 정립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들은 간담회를 진행하며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택소노미는 ‘녹색금융’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분류하는 체계로, K-택소노미는 우선 녹색채권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쓰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내부에서조차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ESG가 광범위한 주제인 만큼 각 정부 부처마다 ESG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17개에 다하는 관련 부처 각각의 입장이 달라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라는 평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는 K-ESG 지표, 환경부는 K-택소노미, 기획재정부는 녹색금융을 강조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ESG 관련 컨트롤타워가 전무하다”며 “산자부 입장에선 제조업 육성해야하는데 환경부에서는 ‘녹색산업'의 정의만 따지는 등 서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각 부처가 이해관계나 관점이 너무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ESG라는 개념 자체가 워낙 넓은 개념이다보니 정답도 없고, 완벽한 구분도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ESG 경영이나 ESG채권 등이 초기단계인 만큼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국내보다 ESG 관련 한참 앞선 유럽 등에서도 녹색채권 사후관리가 잘 이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다만 국내 조달 시장에서도 이제 ESG가 피할 수 없는 요소가 된 만큼, 시장이 안착될 때까지 ESG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7일 포스코그룹 계열사로 삼척 지역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하는 삼척블루파워는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ESG’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바 있다.

      ESG 채권이 정착 초기인 만큼 정부가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소노미 기준으로, ‘녹색’에 해당되는 섹터를 두고 시장과 정부 간의 시각차가 큰 분위기다. 녹색채권(그린본드)을 포함한 ESG 채권을 발행하려는 회사는 ESG 관련 인증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 산업 자체가 ‘녹색채권 발행 조건’에 부합하는지, 또 회사 자체에서 ‘ESG 경영’을 이행하는지 검증받는 것이 필수다.

      아직 최종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현재 K-택소노미 가안으로는 철강·시멘트·화학 섹터는 에너지 다배출 업종임에도 벤치마크를 지정해 상위 20%는 녹색채권 발행을 할 수 있게 정해두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현대제철,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이 녹색채권을 발행했고, 시멘트 제조회사인 쌍용 C&E(구 쌍용상회)는 지난 4월 ESG인증을 받고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또 최근 산업은행은 주요 7개 시멘트 업체에 2025년까지 탄소저감 설비 투자 및 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자금 1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의 녹색금융에서 '소외된' 산업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예로 LNG발전의 경우 2050년 탄소중립 계획에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는 것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택소노미 기준 ‘녹색사업’에 해당되지 못한다. LNG발전회사들이 환경부에 의견을 개진했지만 환경부에서는 ‘좌초자산’인 LNG를 ‘녹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환경부에서 시멘트와 철강 등이 ‘사회 필수 시설’로, 해당 산업에서 도시가스 배출을 조금만 줄여도 사회적 후생이 크다고 본 것처럼, 발전산업에서도 풍력과 태양광만으로 ‘녹색’ 발전량을 다 채우지 못하는 만큼 LNG가 포함돼 ‘필수 시설’로 볼 수 있지 않냐는 의견이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들을 시작부터 제외하기 보다는, 돈이 흘러가게 해서 개선을 시켜야 한다고 본다”며 “환경부에서 녹색 산업을 ‘공해 배출을 하지 않는 것’에만 한정을 짓고 있어 다배출 산업에서 공해물질을 최소화할 동기부여가 되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