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몰아주기 정조준 …D-6개월 현대차 글로비스 활용법
입력 2021.07.06 07:00|수정 2021.07.07 09:45
    12월 30일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
    글로비스 내부거래 비중 60% 초과
    블록딜·JV·PEF·PRS 정 회장 부자 지분 10% 팔거나
    글로비스 매출 크게 늘리는 방안 거론
    • 총수일가가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더욱 강하게 방지하는 법안이 오는 12월 30일부터 시행된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5곳의 계열사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됐는데 올해는 법 개정에 따라 9곳까지 늘어나게 됐다. 이 가운데 핵심은 역시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이다. 연말까지 사업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내부거래 물량을 크게 줄이거나 약 10%의 지분을 처분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내용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대상 범위를 넓힌 것이다. 기존에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들만 이에 해당했지만 이제는 지분 20% 이상의 계열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서림개발, 현대머터리얼, 현대커머셜, 현대엔터프라이즈, 서울피엠씨 등이 해당했는데 이제는 현대글로비스, 현대첨단소재, 서림환경기술, 지마린서비스가 추가로 포함됐다.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물량은 약 60%를 넘는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5조646억원이다. 이 가운데 1조8678억원이 현대차 1조3919억원이 기아로부터 발생했다. 완성차의 해상운송과 탁송, 해외 생산공장에 자동차부품과 내장품 판매로 발생한 매출이다. 최근 수년 간 내부거래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아직은 사업구조상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을 향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공정위는 웰스토리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며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역대 최대규모다. 웰스토리 전체 매출에서 그룹 계열사 4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는다. 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물론 삼성물산의 합병 및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이슈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웰스토리를 비롯한 다른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란 점에서 공정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손쉬운 선택지는 외부 매각…블록딜·JV·PEF·PRS 등

      현재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또는 손쉽게 이슈를 해결하는 방안은 역시 10%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정공법이다. 과거 한차례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를 통해 현재의 오너일가 지분율(29.99%)을 맞춰놓은 것처럼 장외 거래를 통해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29%의 지분율과 19%의 지분율의 괴리감은 상당히 크다. 우호세력이 없이는 주주총회 일반결의 요건을 채우는 데도 상당히 불안하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세를 막아내는 데도 버거울 수 있다.

      꼭 외부로 매각하는 방안을 선택한다면 역시 우호적인 대기업과 손을 잡거나, 사모펀드(PEF)를 활용한 방안도 선택지가 된다. 현대글로비스가 그룹의 모빌리티 사업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과의 협력을 꾀할 수도 있다. 상대 기업과 지분 스왑을 한다면 동맹을 강화하고 지분율을 낮추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외 대형 PEF들에 현대차그룹은 큰 잠재 고객이지만 반대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약 8조원, 9.99%의 단순 시가는 약 8000억원이다. 금융시장의 넘치는 유동성을 고려하면 8000억원 수준의 거래를 성사할 수 있는 PEF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대형 바이아웃 PEF들이 소수지분을 사올 수 있는 기회도 열렸다. 그러나 과거 CJ올리브영의 소수지분 거래에서 보듯 기업이 우위에선 거래에선 PEF의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손잡는 몇 안되는 PEF, 그것도 오너일가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준 유일한 PEF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사오는 지분의 가격이 낮지도 않을 것이고 경영에 간섭하는 것도 어려운 거래로 예상된다”며 “현대차에 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맡기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그룹 또는 오너와 연을 맺을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보일 PEF가 상당히 많을 수 있다”고 했다.

      PEF를 활용하는 방안이 여의치 않다면 금융회사와의 주가수익스와프(PRS)를 이용할 수 있다. PRS는 금융기관과 주식을 담보로 일정기간 계약을 맺고, 정산 시기에 주식가치가 계약 당시보다 높으면 금융회사가 반대의 경우엔 회사가 차익을 보전하는 상품이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두산밥캣 지분 10%를 담보로 PRS 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지배구조개편까지 한번에…모비스·현대차 활용 내부 정리

      지배구조개편의 핵심은 정의선 회장이 그룹 최상단에 위치하게 되는 계열사 지분을 얼만큼, 어떻게 확보하느냐이다. 현재는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정점에 있고 모비스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그룹 전반적인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정 회장의 모비스 지분율은 0.3%로 미미하다.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30%를 모비스에 현물출자한다면, 현재 시가 기준 2조5000억원 규모의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약 27조원, 10% 남짓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글로비스 주주입장에선 모비스의 자회사로 편입돼 안정적인 대주주를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다.

      과거와 같이 현대모비스가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합병 후에 오너일가가 보유한 글로비스의 지분을 존속회사인 모비스와 교환하게 되면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잠재울 수도 있다. 다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론 주주들을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목적과 효과,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지주회사 전환을 올해내로 마치지 못하면 그룹차원의 상당한 자금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 서둘러 전환한 것도 내년부터 적용되는 자회사 지분율 규제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시일이 굉장히 촉박하다. 지주회사 전환시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 금융사들을 대거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동차 판매 사업에서 필수인 캐피탈 사업을 비롯해 현대커머셜, 현대카드, 현대차증권 등을 모두 일정 기간 내 팔아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방안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제외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시일은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 회장 부자가 지분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분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정한다면, 유일하게 남은 방안은 글로비스의 사업을 키워 내부거래 물량을 크게 줄이는 방법이다. 이미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인수에 직접 투자하며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전체적인 매출 물량이 늘어나면 현재 현대차와 기아에 의존하는 비중도 줄어들게 된다.

      단기간 내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M&A이다. 이미 현대글로비스는 매물로 등장하지도 않은 HMM의 잠재후보자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이 경우 컨테이너선사를 보유하는데 실효성이 있는지, 또는 화주가 직접 선사를 보유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여부가 화두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