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확보전 들어간 LG전자, 소프트웨어 기업 M&A 나선다
입력 2021.07.09 07:00|수정 2021.07.12 10:01
    LG전자, 마그나JV 이어 하반기 추가 M&A
    제조업 벗어나 SW로 체질 개선 본격화 전망
    미래차 트렌드 따라 자율주행 업체 가능성도
    중단한 MC 부문 보유 IP·인력과 시너지 기대
    • LG전자가 하반기 목표로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에선 최근 출범한 마그나와의 합작법인(JV)에 버금가는 규모의 M&A로 평가받는다.

      M&A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글로벌 SW 기업 인수를 검토 중에 있다. 인수 주체는 전장 사업을 전담하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로, 특히 텔레매틱스·오디오·디스플레이·내비게이션 등을 담당하는 스마트 사업부가 주축으로 파악된다. 현재 자문사 선정을 마치고 실사에 나선 단계다.

      구체적인 매매 대금은 논의 중이지만 한화로 5000억원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기업가치로는 조 단위가 언급된다.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근 조인트벤처(JV)로 설립된 'LG마그나' 정도의 파급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인다.

      이번 거래는 LG그룹 체질 개선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LG는 현재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와 지난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기업 ZKW(램프), 최근 공식 설립된 LG마그나(파워트레인)에 이르기까지 미래차 부품 3각 편대 진용은 갖춘 상황이다. 아직은 태동 단계지만 '글로벌 톱티어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를 목표로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로 평가받는다. 다만 시장은 LG그룹의 전장사업에 대해 "아직까지는 제조마진을 남기는 하드웨어(HW) 사업에 불과하다"라는 점을 한계점으로 지목해 왔다.

      이번 M&A는 자율주행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도 사물인터넷(IoT)에서 자율주행 SW 혹은 인공지능(AI)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SW 역량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을 경우 일부 부품을 담당하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사례처럼 지금 와서 HW 기업을 추가 인수하는 건 큰 이점이 없어 보인다"라며 "LG그룹은 전장 밸류체인 중 데이터 관련 연결고리가 약한 편인데 결국 스마트 사업부와 관련해서 자율주행 SW 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최근 단행한 카카오모빌리티 전략적 투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LG는 지난 2일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업계에선 LG그룹이 자사 HW 역량을 기반으로 SW 개발을 위한 데이터 확보전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업을 중단한 무선통신(MC) 사업부의 대승적 해결과도 긴밀한 관계가 보인다는 평이다. LG그룹은 현재 전장 사업 외에도 전기차 배터리와 5G 통신·광학 등 미래차 트렌드에 부합한 다수 포트폴리오를 여럿 갖추고 있다. MC 사업부가 보유한 통신 기술 지적재산권(IP)과 SW 개발 인력 간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 비해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의 기업 가치(EV)가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아직 LG그룹의 미래차 사업 역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긴 이르지만 MC 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M&A시장 최대 규모 빅딜로 예상되는 한온시스템 인수전에 최종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LG는 당초 한온시스템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LG그룹이 자동차 부품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온시스템을 품는다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와 전장에 이어 공조 산업까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단 맥락이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LG는 한온시스템이 그룹의 미래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 판단, 최종 불참했다. "앞으로의 M&A는 HW보다는 SW 중심으로 확장해 가겠다"라는 게 그룹의 달라진 기조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