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드릴십 재평가 국면…커지는 대주주 증자 참여 명분?
입력 2021.07.09 07:00|수정 2021.07.12 10:01
    WTI 선물 76달러…2014년 이후 7년만 최고치
    재고 드릴십 재평가…용선 외 매각 기대감까지
    조선업 회복과 함께 1조 유상증자도 청신호
    "최대주주 증자 참여 명분도 전보다 높다" 평
    • 유가가 오르며 덩달아 삼성중공업의 드릴십 재고 해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 업황 회복과 함께 연내 추진할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풀이된다. 최대주주인 삼성전자가 증자에 참여해야 할 명분도 커지는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증자 참여 여부는 삼성중공업 증자의 성패를 좌우할만큼 큰 이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유(WTI)의 8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 오른 76.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드릴십 재고자산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반전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말 이탈리아 시추 선사인 사이펨과 보유 중인 드릴십 1척에 대한 용선 계약을 체결했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회복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기존 유정에 대한 시추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드릴십은 바다 위에서 해저광구를 시추할 때 사용되는 해양 플랜트의 일종이다. 관련 업계에선 배럴당 60달러선을 드릴십의 손익분기점으로 추정한다.

      재고 드릴십의 연내 매각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조선 업황 회복세와 맞물려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는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달 5대1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 및 수권주식 수 확대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반기 1조원 규모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다. 증자에 성공해도 재고 드릴십을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까지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반면 재고 문제를 해결할 경우 증자를 통한 재무 정상화 시점도 앞당겨지게 된다.

    •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2014년 수주한 5척의 드릴십을 재고자산으로 보유 중이다. 발주처 사정으로 계약 해지된 까닭이다. 몰취한 선수금 약 10억달러를 제외하면 받지 못한 나머지 20억달러 잔금의 장부가치는 약 12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수천억원 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드릴십이 악성 재고화하며 수년간 실적 발목을 잡으며 완전 자본잠식 우려가 커졌는데 최근 글로벌 선주 사이에서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라며 "하반기까지는 유가가 70달러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선가도 올라가고 있어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당장 재고 드릴십 매각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그간 반영한 평가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매분기마다 외부 기관에서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해 장부에 반영하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재고자산 가치가 올라가면 평가손실의 환입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최대주주의 증자 참여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증자 흥행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1조1409억원, 1조4088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개선세를 보이던 부채비율은 올 1분기 기준 262%로 다시 악화했다.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현재 삼성중공업 지분 15.98%를 보유하고 있다.

      업황 회복기에 접어든 만큼 최대주주의 증자 참여 명분이 지난 두 차례의 유상증자 때보다 크면 컸지 적진 않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이르면 내년 말부터 20년 만에 조선업 빅 사이클이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조선·해운 업종의 친환경 규제 강화로 LNG 선박 수요가 집중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다.

      인수합병(M&A) 업계 한 관계자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이번 증자를 통해 정상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명분이 마련된 셈"이라며 "경남 지역 경제나 일자리와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여론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어 정무적 차원에서라도 참여할 유인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