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심드렁한 '8만전자'…하반기 '빅뉴스' 기대도 '글쎄'
입력 2021.07.12 07:00|수정 2021.07.09 16:58
    2분기 잠정 영업이익 12조에도 주가는 2% 하락
    메모리 외 "파운드리·M&A 호재 필요" 목소리 높지만
    TSMC와 격차 더 벌어지고…M&A 기대감도 시들
    • 삼성전자가 2분기 12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음에도 주가는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분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터라 다른 호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사이클 기대감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도 시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삼성전자 주가는 잠정실적 발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2조5000억원으로 2018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는 3일 동안 2% 이상 하락했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 4.33%로 사실상 8만원선 안팎에서 지루한 모습을 이어가는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호실적에도 잠잠한 모습을 보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9년 2분기 이후 현재까지 매 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2019년 3분기와 4분기, 2020년 1분기와 4분기를 제외하면 발표 당일 주가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고, 잠정실적 발표 이전에 주가에 기대감이 선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29일 예정된 삼성전자 실적 발표회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은 이미 하반기로 이동하고 있다. 8일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약 51조7800억원. 상반기 실적을 제하면 하반기에만 3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증권사 대부분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 시장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하반기 8만전자를 벗어나기 위해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추가 고객사 확보나 대형 인수합병(M&A) 등 호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치솟았던 주요 배경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파운드리 매출 확대 등이었다. 상승세를 보이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반기 전망이 주춤하며 정체 중이다.  지난 2017년~2018년 수준의 슈퍼 사이클로 보긴 힘들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3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계약가격 상승과 서버 수요 확대가 예상되지만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돼 있단 설명이다.

      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재고는 정상 수준이지만 대형 고객사 재고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6월 D램 계약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2분기를 포함해 하반기 실적도 예상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반도체에선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고 차라리 SK하이닉스를 담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메모리에서 당장 TSMC를 추격하는 것도, M&A를 성사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은 지속되고 있지만 1분기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다소 벌어지며 하반기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파운드리 신규 설비투자도 아직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가 지속되는 한 2위 자리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추격자로서의 주가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가 수주 산업과 비슷한 구조이다 보니 시장 과반을 차지한 TSMC는 공격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며 고객사를 붙잡아둘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따라 하긴 힘든 전략"이라며 "패키징 등 후공정에서 기술 격차를 어느 정도 좁혔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추가 고객사 확보 등 소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M&A가 필요하단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지만, 이전보다 기대감이 다소 잦아드는 모양새다. 상반기에만 해도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다만 실행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이 많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시점인 것도 있지만 유의미한 M&A를 하기에는 잠재 매물의 몸값이 너무 크게 뛰었다"라며 "메모리 경쟁력을 유지하며 파운드리에서 추격전을 펼쳐야 하는데 M&A의 기회비용이 대폭 불어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