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다시 날개 꺾인 LCC
입력 2021.07.12 07:00|수정 2021.07.09 17:02
    트래블버블·여행재개 기대감에 찬물
    업계 1위 제주항공 결국 감자 및 증자 추진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
    기안기금 요청은 사실상 불가능, 독자 생존길도 깜깜
    LCC 통폐합 가능성도 다시 거론
    • 코로나 재확산에 항공·여행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일부 국가와는 트래블버블 협정을 맺으면서 재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시점이었으나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며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화물 운송 비중을 늘리며 수익 구조를 재편할 수 있었던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전적으로 여객에 의존해야 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재무적 어려움이 지속하면서 생존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찍혔고, 이에 업계 재편에 대한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최근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1000원으로 감액해 현재 192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380억원 규모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 현재 약 29%인 자본잠식률을 개선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자본잠식률이 50%가 넘으면 한국거래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100%에 도달하면 상장폐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다소 진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였던 지난달 말까지만해도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 업체들과 연관한 여행업체들은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컸다. 업종을 대표하는 제주항공과 하나투어의 주가는 연일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며 코로나 사태 이전의 주가를 완전히 회복했다.

      정부가 여름 피서철을 맞아 괌·사이판과 같은 미국령 국가들, 싱가포르·태국 등 방역우수국가를 포함해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트래블버블 협약을 추진한 것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정부는 사이판은 지난달 30일 정부와 트래블버블 협정을 체결했고 일부 여행사들은 관련상품을 속속 판매하기 시작했다.

      괌, 사이판, 태국 등 비교적 근거리 노선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국내 LCC들의 취항지이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8일부터 사이판 인천~사이판 노선을 재개했다. 노선이 확대해 여행객들의 눌려있던 소비심리가 발현하면 LCC들의 실적 회복과 재무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주저하던 항공·여행주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다”며 “최근 들어 국내 코로나의 재확산 및 전 세계적으로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사업적·재무적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은 기관 및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상당히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 업계 1위인 제주항공보다 중소 LCC 업체들의 재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LCC 기업들의 자본잠식률은 제주항공의 수준을 훌쩍 넘는다. 진에어는 42%, 에어부산 34%이고 에어서울과 이스타항공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제주항공은 모회사인 애경그룹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나머지 LCC 기업들은 기댈 곳은 많지 않다. 정부가 마련해 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정도다. 이마저도 높은 금리와 고용유지 조건 등에 가로막혀 신청을 주저하는 곳이 대다수다. 현재 산업은행과 기안기금의 신청을 조율하고 있는 곳은 모든 업종을 통틀어 제주항공 뿐이다.

      코로나 재확산 속도가 다소 잦아든다 하더라도 여행 재개의 기대감이 반영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의 특성상 국내만의 상황이 아닌 해외 델타변이 확산 속도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당분간 LCC들의 생존경쟁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에 LCC들의 통폐합을 비롯한 업계 재편의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후통합(PMI) 계획을 확정,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승인이 순조롭게 마무리돼야 가능한 수순이다. 원가절감 및 가격 경쟁력을 통해 자본 건정성과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이 당분간 지속하면 여객에만 의존하는 LCC들이 재기할 방도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정부의 지원 의지도 희미한 상황에서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데도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향후 수 년간 LCC 업계의 통폐합을 비롯한 재편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