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방어 필요한 이마트, '12조' 자산 활용 본격화
입력 2021.07.13 07:00|수정 2021.07.12 16:24
    현금 마련 위해 이마트 성수동 본사 S&LB 검토
    부동산 장부가만 '10조'.…'탈 부동산' 속도낼 듯
    신용도 방어 위해서는 단기적 재무 개선 불가피
    남은 투자 계획 위해선 "2조원 조달 계획 필요"
    • '공격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이마트가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있다. 이마트가 재무 부담 완화와 투자 실탄 마련을 위해 부동산과 보유 주식 등 '12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지 주목된다.

      이마트가 본사 건물(사옥과 매장 포함)을 세일앤드리스백(S&LB)으로 유동화하면 최대 1조원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보유자산의 효율화를 다각도로 검토 해왔으나, 현재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부동산이 아닌 ‘디지털 자산’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어 진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2019년부터 점포 유동화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해온 바 있다. 2019년 11개 점포를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유동화했고, 2020년과 2021년 각각 마곡부지와 가양점을 매각해 약 1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할인점 사업의 지분 100%를 현지 기업인 타코(THACO) 그룹에 매각했다.

      부동산 시장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몇 년 새 부동산 시장에서 유통 업체들의 위상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라, 부동산 매각 시기를 잘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점포들이 핵심 부지에 있는 경우가 많고 최근 건설 시장이 좋아서 오피스나 주거용으로 매각이 잘 되지만 그 외 비핵심 점포들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쌓인 투자 부담과, 향후 해야 할 투자를 고려하면 이마트의 자산 매각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신용도 방어를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그룹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베이코리아 인수(3조4400억원)가 확정되고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마트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마트를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해 ‘경고등’을 켰다. 인수가 결정되기 전부터 채권 투자자들은 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국내 신평사들은 현재 ‘안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 중이지만, 단기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의 성과와 재무를 뒷받침 할 자산매각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코멘트를 통해 “영업실적 흐름은 긍정적이나 관련 투자부담이 과중하다”며 “다수의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성과에 따른 재무적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 베팅하는 주식 시장에서도 기업가치 상승 구체화에는 자금 조달이 뒷받침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M&A(인수합병)를 활용한 이마트의 방식에 기대감이 오르는 것도 맞지만, 경쟁이 치열한 현재 유통 시장 하에서 ‘급격한 실적 성장’이 어렵다보니 발빠른 ‘실탄 마련’이 필수라는 평이다.

    • 이마트는 그동안 진행한 크고 작은 M&A 외에도 앞으로 ‘돈 나갈 일’이 많다. 연간 1조4000억원에 달하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물류센터 구축과 신규 출점, 테마파크 조성사업 등 성장성과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투자에 사용되고 있다. 또 지난 2년간 IT 등 물류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에도 대규모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단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인수 이후 4년간 물류센터에 1조원의 투자 계획을 제시하는 등 인수금액 이외에도 추가적인 자본 조달도 절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이마트의 보유 현금이 약 1조9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운영자금 외에도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추가 인수 계획 등 연내 최소 2조원의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S&P는 이마트가 보유한 약 1조원 규모의 삼성생명 지분 활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마트 재무구조가 악화될 때마다 비핵심 자산인 삼성생명 지분 활용 추측은 꾸준히 제기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1년 “삼성생명 주식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확보와 수익성 개선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2015년 당시 신세계그룹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나서면서 신세계와 함께 300만주씩 매각해 총 6552억원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