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등 각종 규제 대응 필요성↑
법무조직 커져도 열악한 현장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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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변호사들을 속속 채용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쿠팡의 '변호사 쇼핑'이 결국은 경영진들이 소송을 당하지 않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냉소적 평가가 나온다.
주요 로펌들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주로 김앤장 변호사들의 '쿠팡 이직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주로 M&A 소속이며 고연차 시니어 변호사(5~10년 차)들이 팀장급 보직으로 잇따라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강한승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를 김앤장에서 영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쿠팡 채용 부서에서는 타사 변호사에게도 이직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재 풀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뽑힌 변호사들에게는 적지 않은 연봉이 지급되고 있다.
쿠팡은 기업 사세 확장에 따라 법무조직을 키우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쿠팡은 OTT 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고 디벨로퍼, 렌털 등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된 '컴플라이언스(준법)'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노동 환경 부문에 대한 검토사항도 늘어났다. 이를 위해 쿠팡은 로펌업계에서 생소한 EHS(환경·건강·안전) 분야 사내 변호사를 뽑기도 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 일선업계에선 쿠팡의 이런 움직임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후 방어'로 보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 즉 임직원들의 고용과 근무 환경을 근원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면서 변호사들을 고용, '사고'가 터졌을때 경찰조사나 소송 등에 대비하려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냐는 것.
문제가 된 최근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건의 경우. 이미 평소에도 잦은 정전 등 크고 작은 화재 경보 오작동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진다. 3년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덕평물류센터 안전불감증을 비판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담배에서 비롯된 화재에도 별다른 안내도 없었고 관리자들이 자리를 이탈하면 안된다"고 말했다는 언급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화재사건이 터지자 쿠팡은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1년 동안에만 700명의 안전전문 인력을 추가로 고용했으며 안전관리를 위해 2500억원 이상 투자했다"고 반박하기 급급했다. 역시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강한승 대표 명의로 밝힌 입장문이다.
작년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더 심했다.
쿠팡이 마스크 착용, 환기 등의 보건당국 방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벌어지자 쿠팡은 "방역수칙과 정부지침을 위반한 적이 없다"며 되레 코로나에 집단감염된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현장에 있는 변호사들도 쿠팡 내부에서 환경이나 안전을 위한 사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라고 평가했다.
따져보면 억단위 연봉을 받는 변호사들은 일선 근무현장에 작업복을 입고 나타나 스프링클러 장치를 고치지도,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검사하지도 못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소송대비'다.
따져보면 늘어난 변호사들이 보호하는 대상은 표면상으로는 '쿠팡'이라는 회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런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는 '경영진'들로 귀결된다. 이러니 쿠팡의 대단위 변호사 채용을 두고 경영진이 법원에 불려갈 일을 막는데 회삿돈 수십억원을 쓰는 것이라는 비꼬인 시선이 제기되고 있는 것.
쿠팡 경영진으로서는 이런 시선이 억울할지도 모르지만 따져보면 쿠팡이 이를 자초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일례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노무 사건이나 짝퉁 논란 등에도 항상 침묵해왔고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심지어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고 현장에 진입한 소방관이 사망한 바로 그날 오전. 쿠팡은 '김범석 의장, 글로벌 경영에 전념..해외 진출 계기" , '올해 국내 물류센터 신규투자에 1조원 넘겼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었다.
"화재가 날 줄 어찌 알았겠느냐, 미리 준비한 자료가 나간 것 뿐이고 김 의장 사퇴는 미리 정해진 일"이라고 회사 측은 반박하지만…새벽부터 물류센터에 화재가 나고 소방관이 고립됐는데, 그날 오전에 굳이 자사 의장 소식 알리기를 진행하는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긴 어렵다. 외부상황에 무감각하거나 혹은 '불소통'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준이다. 이 시기부터 소비자들의 '쿠팡 탈퇴' 운동도 벌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쿠팡이 맞이할 과제는 내년 1월 시행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이 법은 회사가 안전 의무를 위반해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지난달 쿠팡에선 열악한 물류 환경을 이유로 물류센터 노조가 출범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쿠팡에서 지난 1년간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는 총 9명이다. 쿠팡은 이 숫자에 대해실제로 산재로 죽은 이는 1명에 불과하다고 반박 중이다. 현재 쿠팡은 ESG 이슈에 가장 위험도가 큰 기업 1순위로 꼽힌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13일 15:48 게재ㆍ22: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