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리츠 AMC설립하는 운용사...매물 품귀에 수익률은 하락
입력 2021.07.15 07:00|수정 2021.07.15 21:23
    리츠AMC 벌써 7곳 설립인가, 8곳 대기중
    대기업·주요 운용사들을 필두로 딜 양극화
    자산가격 급등에 '적정 매물가' 고민 심화
    • 자산운용사들이 '리츠(REITs) 자산관리회사(AMC)'를 잇따라 설립하며 투자수단(vehicle)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등의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동산 펀드 대신 리츠가 부동산 유동화의 수단으로 주목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코로나19로 해외 거래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국내 대체 투자 자금의 상당액이 부동산에 몰렸고 리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정가에 매물을 찾기엔 어려운 시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운용사들이 리츠 AMC 설립에 나서고 있는 원인으로는 라임·옵티머스 등의 펀드 부실 사태가 지적된다. 세금 부담 증가 등의 원인으로 기업들의 부동산 유동화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부동산 펀드 신뢰가 떨어지자 대안으로 공모 리츠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16년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운용사의 부동산펀드와 리츠AMC 겸영을 허용했다.

      다수의 운용사들이 리츠 시장에 속속 진입하며 경쟁 강도는 심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우리자산신탁, SK리츠운용 등 7곳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AMC 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키움투자자산운용, 헤리티지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ADF자산운용, 한강에셋자산운용, JB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국제자산운용 등 8곳은 예비인가를 받은 상황으로 설립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유동성 장세까지 더해져 마땅한 매물을 찾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투자 기대수익률도 연일 하락세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역대 최고인 16조원을 뛰어넘는 1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자금이 집중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전체 투자 규모 중 90% 이상이 국내 투자자에 의한 매입이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9% 감소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유동성 장세에  프라임 오피스 시장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동궁리치웰타워는 평당 3640만원에 거래되며 현대해상강남타워(3406만원)가 세웠던 강남 평당 최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파인에비뉴 빌딩 B동은 6200억원에 거래되며 평당 약 3200만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세빌스에 따르면 올해1·4분기 서울 오피스 빌딩 거래규모는 3조8600억원으로 전년보다 52% 늘어났다.

      '안전자산'으로 선호되는 물류센터의 몸값도 고공행진중이다. CBRE에 따르면 2020년 물류센터 거래 규모는 전년도 대비 50% 증가했지만 공실률은 꾸준히 하락하며 지난 4분기엔 역대 최저 수준인 4%를 기록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5월 리츠를 통한 물류센터 매입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3600억원에 인천 항동 소재 'TJ물류센터' 인수를 마무리했다.

      부동산 투자 기대 수익률 개념인 캡레이트(Cap rate; 자본환원율)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캡레이트란 부동산 매입 가격 대비 순임대소득을 가리킨다. 물류센터의 캡레이트는 2019년 6%에서 올해 4%로 떨어졌고, 수도권 물류센터의 경우 3%까지 낮아졌다. 상업용 오피스도 꾸준히 하락하며 4% 수준까지 낮아졌다. 지난 4월 한국토지신탁에 매각된 판교H스퀘어는 오피스 빌딩으로는 이례적으로 캡레이트가 2.5%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얼마나 좋은 입지에, 적정한 가격에 매물을 거래했는지로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을 받는 리츠 AMC 입장에서는 딜소싱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여전히 해외 매물을 찾기도 어렵고 국내 부동산 가격도 급등해 딜소싱이 힘들다"라며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해봐도 올해는 투자 적기는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라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리츠 담당 연구원도 "운용사가 매물을 시장가에 사올 수도 있지만 시세차익(capital gain)을 얻어야 자산 추가 편입을 통해 리츠를 성장시킬 수 있다"라며 "결국 딜 소싱을 얼마나 잘하냐가 차별적 역량이 된다"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선 코로나19가 잦아들고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 회복세가 기대되는 내년 상반기에 거래가 늘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리츠를 준비하는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여파로 해외 주요 도시의 자산에 대한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며 "보고 있는 딜은 많지만 하반기보다는 내년 상반기를 바라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