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이탈에 신입 회계사 싹쓸이 나선 빅4 회계법인
입력 2021.07.19 07:00|수정 2021.07.21 10:11
    빅4, 1100여명 신입회계사 중 950명 채용 계획
    경력직 이직으로 인력 부족 현상 심화
    연봉 올려주고, 좋은 오피스 구하는 등 고민 많지만
    회계사 원하는 곳 많다 보니 인력유출 막기 쉽지 않아
    • 빅4 회계법인들이 신입회계사를 ‘싹쓸이’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빅4 인력을 노리는 곳이 많다 보니 인력유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신입회계사라도 충원에 나서는 판국이다.

      4대 회계법인이 올해 신입회계사 선발 예정인원을 950명으로 정했다. 삼정KPMG 300명, 삼일PwC 250명, 딜로이트안진 200명, EY한영 200명이다. 2021년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인원이 11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신입회계사를 빅4가 쓸어가는 것이다.

      한동안 신입회계사 채용을 줄이던 빅4 회계법인이 다시금 이들의 채용을 늘린 것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 예년까지만 하더라도 신입회계사는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도 없고, 연봉도 큰 폭으로 올라서 빅4 회계법인에서 채용을 망설였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최근 들어 인력이탈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다. 무엇보다 신외감법 영향이 컸다. 빅4 중심의 회계시장에서 신외감법 도입으로 중소형 회계법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정감사제가 도입되면서 빅4에 몰리던 일감이 중소중견 회계법인에도 떨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들은 파격적인 대우로 빅4 회계법인 인력을 빼가기 시작했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중소중견 회계법인이 확실하게 워라밸이 좋고, 연봉도 빅4 수준으로 맞춰주면서 이쪽으로 대거 인력이 이동했다”라고 말했다.

      비단 이들만이 빅4의 인력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스타트업, 사모펀드들까지 이들 인력을 호심탐탐 노린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빅4의 퇴사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모 회계법인은 퇴사율이 30%까지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적으로 10% 중반대 이상의 퇴사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 수치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아예 팀 하나가 통째로 이직하는 경우도 이제는 빈번한 일이 됐다.

      퇴사율이 높다 보니 빅4는 건물 리모델링까지 하면서 좋은 환경 제공에 나서기도 한다. 젊은 회계사들에겐 어떤 오피스에서 일하는지도 좋은 직장의 기준이다 보니 값비싼 오피스를 찾아나서고,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오피스를 통째로 리모델링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빅4 인력이탈은 계속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연봉이 오르는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등으로 이전보다 업무는 늘었다. 이전처럼 파트너를 꿈꾸는 직원들도 많지 않다 보니 이들의 이직을 막을 뚜렷한 인센티브도 없다.

      이는 비단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글로벌에서도 빅4 중심의 회계시장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중소중견 회계법인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영국에선 빅4 감사법인의 독점력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거나 소규모 감사법인과 합동으로 ‘공유감사’를 실시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 글로벌 추세가 중소중견 회계법인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들 빅4 인력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빅4 회계법인이 자본시장 인력의 요람이 되고 있다”라며 “신입회계사 채용을 늘려서 일단은 급한불을 끄고는 있지만, 회계 서비스에 대한 고객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수인력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빅4의 앞으로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