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성 따라 나스닥 상장 갈리기도
국내vs해외, 시장의 몸값 인정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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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10조원’, 마켓컬리 ‘2조 5000억원’.
이른바 ‘K유니콘’의 기업가치가 치솟고 있다. 모텔 예약앱 야놀자는 소프트뱅크그룹의 2조원 '통 큰' 투자로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신생벤처기업)에 올랐다. 기업공개(IPO) 준비에 돌입한 마켓컬리도 최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반열에 올랐다.
야놀자와 마켓컬리는 투자 유치를 거듭할수록 기업가치도 고공행진했다. 마켓컬리는 최근 시리즈F에서 기업가치가 1년여 만에 2.6배 오른 2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투자에서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8~10조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2019년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부킹홀딩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 1조1000억원을 인정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년만에 몸값이 8배나 뛴 셈이다.
토종 유니콘들이 글로벌에서 각광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몸값이 뛰는 속도가 워낙 빨라 고평가에 대한 의심의 시선도 적지 않다. 마켓컬리의 경우 누적 적자폭이 상당한 데다 이번 라운드에 신규 투자자는 명목상 포함됐다는 지적이 있다. 컬리는 그간 기존 투자자들의 잇단 투자로 기업가치를 키워왔다는 점에서 ‘자가 밸류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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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비상장 유니콘들의 현재 기업가치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단 분석이다. 펀딩으로 ‘지지선’이 생긴 것이지, 객관적인 밸류에이션이 이뤄진 건 아니라는 것. 결국 매각 혹은 IPO로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숙제가 남는 이때 ‘몸값’ 근거의 핵심으로 ‘확장성’이 꼽힌다.
확장성은 특히 ‘넥스트 쿠팡’을 꿈꾸는 기업들의 명운을 가르게 됐다. 소프트뱅크가 야놀자를 고밸류로 보는 근거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야놀자는 현재 국내에선 숙박 예약 중개 1위이고 해외에서도 성과가 보이고 있는데, 단순 숙박 중개가 아니라 항공·기차·렌터카·레저 등 여행 관련 모든 부문을 포함한 ‘슈퍼앱’을 내걸고 있다.
다만 ‘슈퍼앱’은 표면이고 클라우드사업에서 글로벌 선두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점이 크다. 활발한 M&A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소프트웨어(SaaS) 개발을 강화하면서 ‘테크 기업’으로 거듭난 것. 야놀자는 지난해 글로벌 2위 호텔 자산관리 시스템(PMS) 개발기업인 인도의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해 1위 업체인 미국 오라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로 해외 업체들이 철수한 자리를 대체하면서, 다수의 해외 업체들이 ‘야놀자 시스템’을 사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 유니콘 1호인 쿠팡이 소프트뱅크라는 든든한 원조자와 함께 뉴욕 증시 데뷔의 꿈을 이룬만큼 야놀자도 나스닥 행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야놀자가 향후 IPO에 나서면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IB업계에서도 야놀자가 해외 M&A(인수합병), 플랫폼 확장성을 기반으로 충분히 해외 시장에서도 ‘먹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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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까지만 해도 나스닥행이 거론됐던 마켓컬리는 최근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업 특성상 물류 등 거점이 필요한 점, 신선식품이라는 한정적 시장은 해외에서 확장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 선회 이유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유통 대기업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이 심화해 시장 내 절대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신세계의 온라인 통합몰 SSG닷컴도 내수 서비스가 주가 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해외 상장 선택지는 제외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 2의 쿠팡'이 되기 위해선 확실한 우군 확보도 필수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이 사업 초 적자행진이었을 시기부터 거액의 투자를 약속, 상장에 이르기까지 관계를 맺어온 확실한 우군 투자자다. 마켓컬리는 최근 라운드에 잇따라 참여한 힐하우스·세콰이어·DST글로벌 등의 투자자가 있지만 책임지고 밀어줄 만한 우군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특히 시리즈F 투자자 밀레니엄매니지먼트와 CJ대한통운은 후기 라운드에 유입된 만큼 소프트뱅크만큼의 존재감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평이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야놀자는 불과 4~5년 전만 해도 ‘모텔 앱’에 불과했지만 테크 부문을 강화해 확실히 달라졌다”며 “소프트뱅크도 차세대 시장에 선제 투자를 많이 해 둔 점을 보고 고밸류를 준 것일텐데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반으로 플랫폼 역량을 확장하면서 밸류를 계속 올리면 향후 해외 시장에서 어떻게 인정받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물론 성공신화의 종착점이 꼭 해외 상장일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국내가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해외 상장 선례가 없어 어떤 리스크가 생길지도 미지수다. 예로 쿠팡은 사실상 미국 기업이지만 주요 사업지는 국내인 데서 오는 한계점도 있다. 지난달 김범석 의장이 국내 사업에서 손을 뗀 것과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맞물리며 "경영진의 책임 회피"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불붙은 K유니콘 고평가 논란은 한동안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토스·무신사·당근마켓·직방 등 유니콘을 비롯해 ‘예비 유니콘’까지 IPO 등 대형 딜들이 남아있다. 대부분 플랫폼 기반인 점을 감안하면 기존 방식의 기업가치 산정이 적용되기 힘들 가능성도 크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VC(벤처캐피탈)가 보는 밸류를 여의도가 인정하지 않는 괴리감이 있다”며 “결국엔 시장에서 밸류를 받아주려면 객관적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게 보여야 하다보니 나스닥행을 결정하는 기업들은 대개 숫자가 잘 나오지 않는 곳들이었다. 하지만 쿠팡이 선례를 만들면서 이젠 진짜 가야할 때가 왔고, 기업가치가 너무 높아진 만큼 ‘코스피 아니면 나스닥’으로 탈출구가 한정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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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