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올림픽 특수…도쿄는 못가고 TV·주류·치킨업계 기대감도 뚝
입력 2021.07.28 07:00|수정 2021.07.29 07:46
    공식파트너 삼성전자, 대대적 마케팅 자제
    코로나에 선반영된 TV 판매
    단체 모임 금지에 식음료 업종 특수도 無
    항공·여행주는 오히려 팬데믹 확산에 비상
    •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제껏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등 글로벌 빅이벤트에서 특수를 누려온 여행과 항공, 가전·식음료·주류·홈쇼핑·광고 업계가 올림픽에 거는 기대감은 상당했다.

      올해 펼쳐지는 올림픽은 하루 생활권인 도쿄에서 열리기 때문에 주요 경기들이 시차 없이 진행된다. 기나긴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다소 소비심리가 살아날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일본으로의 여행까지 자유로워졌다면 관련 기업들은 상당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기대감은 일찍 사라졌다.

      일본 정부의 허술한 방역, 각국 주요 인사들의 불참, 무관중 경기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올림픽은 애초부터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우리나라 일부 구기종목 스포츠 선수들의 일탈도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데 한 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한 올림픽 메인 스폰서이다.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후원 계약을 체결, 후원사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WOP)’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IOC는 정보기술·컴퓨터·무선통신·음료 등 각 분야별 1개씩 업체만 선정해 WOP 자격을 부여하는데 삼성전자는 무선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사이다.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는 14곳에 불과하다. IOC는 공식 스폰서만 올림픽을 직접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14개 월드와이드 파트너들은 도쿄 올림픽 후원에만 약 5억달러(약 570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올림픽을 활용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일본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3000여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과도한 마케팅은 부정적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갤럭시S7 올림픽 에디션을 출시했고, 신제품을 쏟아내며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심스런 모습은 다른 파트너사들에서도 감지된다.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코카콜라는 하계 올림픽에서 가장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하는 기업 중 하나였으나 올해는 눈에 띄는 활동이 없다. 또다른 WOP인 일본의 토요타와 파나소닉 역시 경영진이 개막식에 불참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후원사들의 마케팅 열기가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사실 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리는 해엔 TV의 판매가 급증하는 모습도 보였다.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올해 상반기 가전부문의 두드러진 실적을 나타냈으나 이는 올림픽 특수라기보단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전후로 늘어나는 홈쇼핑 TV 판매 편성도 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항공업계에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서울 김포공항에서 도쿄 하네다공항까지 운항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소비자들의 여행 심리가 되살아나면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있었다. 비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브라질 월드컵, 리우 올림픽 등이 개최됐을 당시엔 TV를 비롯한 국산 가전을 싣고 나르는 화물편의 증편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과 남미 지역에서 글로벌 빅 이벤트가 발생할 땐 여객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지만, 도쿄 올림픽의 경우 하루 생활권이기 때문에 여행객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었다”며 “LCC의 상당수도 일본에 취항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이 다소 진정됐더라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여객이 제한되다보니 당연히 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잦아들 수밖에 없다. 특수를 기대했던 여행업체들은 오히려 코로나의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모두투어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올림픽 주요 경기가 우리나라와 동시간대 펼쳐지면서 치킨과 주류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화한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하면서 판매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감도 그리 크지 않다. 과거엔 음식점과 야외에서 현장 응원 등으로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며 주류 소비가 늘어났다면 이번 올림픽에선 찾아볼 수 없다. 낮은 기대감은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빅이벤트를 앞두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주가의 변동성이 심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올해는 올림픽과 테마와 관련한 주가흐름을 찾아볼 수 없다”며 “올림픽이 다소 차분하게 지나간 이후 단기 이벤트보단 기업의 실적에 기인한 투자심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