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요기요 등, 메가딜에 한국시장 노크하는 글로벌PEF
입력 2021.07.29 07:00|수정 2021.07.29 15:35
    블랙스톤·퍼미라 등 주요 딜에 참여
    글로벌 사모펀드 한국 파트너 영입하며 국내 투자 준비
    아시아 펀드 투자처로 한국 부상하며
    LP들이 한국 투자 성과 묻기도
    • 한온시스템·요기요 등 조단위 딜이 쏟아지면서 그간 국내 시장에 잘 눈에 띄지 않던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한국 시장 문을 두들기고 있다. 블랙스톤·퍼미라뿐 아니라 유럽 최대의 사모펀드인 EQT까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유럽계 사모펀드인 퍼미라(PERMIRA)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GS리테일과 손잡고 요기요 인수에 나선다. 사실상 단독 후보이다 보니 이들이 요기요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퍼미라는 요기요 딜 이전에도 잡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퍼미라는 1985년에 설립된 사모펀드로 440억 유로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니커즈인 골든구스, 닥터마틴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아시아에선 서울과 홍콩, 상하이, 도쿄 등에 사무소를 두고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한국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투자처는 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들이다. 잡코리아, 요기요 인수전에 나선 것도 그러한 이유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투자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전에 참여하고 있다. 투자 결정도 유럽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 딜에 갑자기 나타난 배경에 관심들이 많다”라며 “독일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초청한 것으로 파악되는 데 인수전 초반부터 요기요에 관심이 높았다”라고 말했다.

      지오영 인수로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 깜짝 등장했던 블랙스톤은 한온시스템 인수전에 다시금 얼굴을 내밀었다. 국유진 전무를 중심으로 한국팀 셋업에 나서고 있다. 당분간은 포시즌 호텔에 임시 사무소를 마련하고 인력 충원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그간 부동산 거래에 주로 참여했지만, 국유진 전무가 이끄는 팀은 기업 바이아웃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도 한국팀 꾸리기에 나섰다. EQT파트너스는 최근 아시아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했다. 약 8억달러 규모의 EQT미드마켓아시아3호 펀드로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기업에 헬스케어,서비스, 소비재, 통신 미디어 등에 투자한다. 아시아 시장 투자 확대를 노리는 EQT파트너스는 한국도 투자 대상에 올려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EQT 파트너스가 최근 홍콩계 PE의 한국 파트너를 영입했다”라며 “한국팀 투자에 나서기 위함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브룩필드, TA어소시에이트 등이 한국 시장에 투자하기 위한 조직을 꾸리는 등 한국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이미 국내에 활발히 투자를 하고 있는 칼라일, KKR, 맥쿼리 등도 투자 영역을 넓히는 등 국내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KKR은 인프라펀드를 조성해 국내 인프라 자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그간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하던 맥쿼리는 기업 경영권 인수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다.

      이처럼 글로벌 PE들이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OB맥주를 비롯해 로엔엔터테인먼트, 카버코리아 등 ‘대박’ 딜이 한국에서 나왔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LP) 측에서 아시아펀드를 모집할 때 한국 투자 성과를 묻는 일이 많아졌다. 이들 글로벌 PE들로선 이제 아시아펀드 조성에서 한국에 대해서 투자를 했거나, 적어도 한국 시장에 높은 이해도를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 파트너를 영입하고, 한국팀 셋업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주춤하고 아직까지 중국, 동남아의 정치적인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은 점도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는 이유다. 사모펀드들이 전통산업에서 테크 기반으로 투자처를 옮기면서 해당 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미 성공적인 투자 건들이 있다는 점도 이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일본이 상대적으로 주춤하고 중국, 동남아시아에선 정치적 이슈 등으로 엑시트가 확실치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라며 “아시아에서 그래도 가장 투명한 시스템을 갖춘 곳이 LP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글로벌 PE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