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한 달여 앞두고…정치적 유불리만 남은 이재용 부회장 거취
입력 2021.07.29 07:00|수정 2021.07.28 20:50
    재판 한창인데 연이어 '가석방' 언급 쏟아내
    명확한 입장 없이 불리하지 않은 선 '변죽'만
    부담 큰 사면 대신 가석방 합의봤나 회의도
    • 광복절을 한 달여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유불리 따지기가 한창이다. 오는 8월 15일 이 부회장을 가석방할지 사면할지 여부가 사실상 선거철 이벤트 도구로 전락한 모양새다.

      22일 서울중앙지법은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10차 공판을 열었다. 이번 공판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실사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첫 공판 준비기일을 시작하고 9개월이 지났지만 최종 판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공판기일을 전후해 정치권에서는 가석방이냐 사면이냐를 두고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 당대표와 유력 대권주자는 20일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를 방문해 ▲"8월이면 형기 60%를 마쳐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특혜도 불이익도 줘선 안 된다"라고 발언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법 앞의 평등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 동정을 살피려는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인 인텔의 수십조 규모 인수합병(M&A) 추진설이 불거진 참이다.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아 가석방 것을 꺼낸 것만으로도 이 부회장 경영 복귀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암시가 가능하다.

      정작 가석방이 현실화하더라도 경영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가석방 이후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다시 수감될 수 있다. 재계에선 온전한 경영 복귀를 위해선 가석방보단 사면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은연중에 가석방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는 발언만 반복된다. 명확한 입장 없이 가석방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이득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에 대한 고민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대외적 이미지는 덤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미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진다. 사면은 부담스러우니 결국 가석방 정도로 정치권이 이미 합의된 것 아니냐는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나 반도체 산업 위기론과는 별개로 정치권이 선거용 절충안을 마련한 모습으로 비친단 지적이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한 전문가는 "특별 사변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니 부담이 큰 데 비해 가석방은 법무부장관 소관이라 이 부회장이 가석방 형태로 경영 복귀할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라며 "각자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죽만 울리고 있는데 정작 이 과정에 법질서나 시장 영향에 대한 고민은 드러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 내에선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증설 계획 등 삼성전자의 신중한 태도가 길어지자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굵직한 M&A에 나서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이 부회장 차원의 결단이 필요할 거란 공감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 복귀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정치권에서 차라리 침묵으로 일관했으면 하는 볼멘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