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공모가 최상단서 확정했지만...보호예수 12% 불과
입력 2021.07.29 17:53
    희망 공모가밴드 최상단서 결정…4兆 조달
    최상단 써낸 기관 비중 12%…카뱅은 34%
    • 내달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크래프톤의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49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27일 크래프톤은 국내외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선 결과 공모가를 49만8000원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희망공모가 밴드인 40만원~49만8000원의 최상단 가격이다. 이로서 크래프톤은 총 4조3098억원 가량의 공모 자금을 수혈하게 됐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243.15대 1이었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고 공동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이다. 삼성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밴드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써낸 기관은 참여건수 기준 9.5%에 불과했다. 39.6% 가량의 기관들이 밴드 상위 75% 초과~100% 이하의 가격을 써냈다. 또한 밴드 하위 75% 미만~100% 이상의 가격을 써낸 기관의 비중도 16.9%에 달한다. 

      카카오뱅크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과란 평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국내외 기관 1667곳이 참여하며 경쟁률 1732.83대 1을 기록했다. 주문 규모도 2585조원 가량으로 SKIET가 신기록을 썼던 규모인 2417억원보다도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밴드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써낸 기관의 비율은 전체의 34%에 육박했다.

      해외 기관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점이 눈에 띈다. 투자매매, 중개업자 등을 제외한 국내기관별 수요예측 경쟁률을 보면 운용사는 93.66대 1, 연기금은 51.04대 1이다. 그러나 해외기관투자자의 경우 거래실적이 있는 기관들 사이의 경쟁률은 13.13대 1, 없는 기관들 사이의 경쟁률은 29.98대 1 수준이다.

      크래프톤이 공모가를 정정하기 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딴지만 안 걸었으면 외국계에서 물량 많이 받아줄 것이란 믿음이 있어서 희망공모가 그대로 갔을 것"이라는 예측이 오간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기자간담회에서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전세계에 선별적으로 투자를 하는 장기투자자들도 꽤 있는데 크래프톤에 대해 신뢰를 주고 있다"라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의무보유확약(락업) 조항을 건 기관의 수도 저조하다. 락업을 건 기관의 비중은 전체의 12.88% 수준이다. 락업을 걸지 않은 기관의 비중이 85%가 넘는 셈이다. 6개월 이상 락업을 건 기관은 전체의 1.77%, 3개월 이상 락업 조항을 건 기관은 4.66% 가량이다. 특히 해외기관투자자 146곳 중 5곳만 락업을 걸었다.

      크래프톤의 성적표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예견된 일이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장 막판에 청약 미달을 모면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공모가가 너무 높았던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달 1일 크래프톤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 따라 45만8000~55만7000원이던 공모희망가 밴드를 40만~49만8000원으로 10% 가량 낮췄다. 신주 발행 규모도 703만여주에서 562만여주로 축소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 내내 '여전히 너무 비싸다'라는 평이 자자했다는 후문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도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희망 공모가가 너무 높았던 것도 문제지만 꿈을 품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라며 "앞서 수요예측을 진행한 카카오뱅크는 국내 시중은행의 점유율을 가져와 1등이 되거나 보험시장을 모두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꿈을 꿀 수 있지만 크래프톤은 그러기 어렵다는 게 주요한 시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