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분기배당 나선 금융지주…수장 없는 금감원은 '방관'
입력 2021.08.03 07:00
    금감원장 부재 영향 커
    실무진은 책임 안지려 검사 더 깐깐해져
    • 신한금융그룹이 금융사 최초로 분기배당을 실시한다. 관심은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으로 쏠렸다. 감독원은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지난해부터 금융사에 배당자제를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분기배당을 놓고 이전과는 목소리톤이 달라졌다.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란 해석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2조443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5.4% 증가했다. 2001년 신한금융지주 창립 이래 최대 반기 순이익이다. 은행, 카드, 증권, 생명, 캐피탈 등이 골고루 호실적을 보인 결과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신한금융은 분기배당에 나서기로 했다.

      자연스레 관심은 감독당국의 반응으로 쏠렸다.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금융사에 대한 배당자제를 권고했다. 코로나 사태가 전례 없는 위기라 판단하고 금융기관 부실위험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생각에 배당자제를 요구했다. 이를 위해 금융사별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배당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금융사의 반발이 이어졌다. 우선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어떤 기준에서 이뤄지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독당국에서 지나치게 금융사에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던 감독원이 이번에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자 금융권에선 오히려 이를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윤 원장 퇴임 이후 감독원이 이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우선 나온다. 금감원장 공백이 벌써 수개월재 이어지면서 금감원 스탠스에도 변확의 기류가 감지된다는 평가다. 일단 ‘관치’란 말에 대한 노이로제가 강하다.

      윤 원장 시절 사모펀드 사태, 키코 배상, 배당 권고 등 사사건건 금융사들과 부딪쳤다. 그럴때마다 ‘관치금융’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번 정부가 이전 정부와의 차이점으로 ‘관치금융’ 철폐를 들고 나오면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이 존재했다. 그나마 윤 원장이 있던 시절에는 소신껏 하자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하지만 윤 원장이 퇴임하면서 여기저기서 ‘난타’를 당하는 상황이다. 리더가 없다 보니 누구도 나서서 금감원을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감사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징계 조치를 내리면서 많이 위축됐다. 해당 실무자들이 무더기 징계되면서 수장 공백을 크게 느끼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성명을 내고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자인 금감원장과 부원장 등 고위직들이 퇴직자란 이유로 징계에서 배제되고 실무자들만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되다 보니 금융사와 배당을 놓고 다툴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는 금융사 검사에서도 드러난다.

      실무자들은 현장에 나가서 이전보다 강하게 검사에 나서고 있다. 감사원 징계 사례처럼 문제가 터지면 책임이 고스란히 실무자들에게 온다는 점에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강도높게 검사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사들이야 큰 아젠다에 있어서 눈치볼 곳이 없어졌지만, 금감원 직원들을 마주쳐야 하는 금융사 실무 직원들은 이전보다 강도높은 검사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라 벌을 주러 나온 사람들 처럼 검사를 진행한다”라며 “특히 젊은 실무자들이 깐깐하게 검사에 나서면서 불만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러니 ‘종이 호랑이’란 평가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이미 윤 원장 퇴임하면 벌어질 일이라 예견되었던 일들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와의 골은 커지고, 누구도 나서서 문제 수습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란게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