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영향 덕 본 메모리반도체 호황 끝?
비메모리 반도체 위주 시장 재편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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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핵심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반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연초 역사적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이를 두고 코로나 특수에 힘입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PC, 스마트폰 등의 수요가 늘면서 상승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속될 지 의문이라는 것. 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다수 편입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주가와 괴리를 보인다는 평가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30일 기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 상승한 3356.53포인트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3361.17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14일 3357.98포인트로 장중 역사적 고점을 경신한 지 2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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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연초 역사적 고점을 재경신하지 못한채 줄곧 하락세다. 지난 29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6조93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의 2배로 당초 예상치를 상회한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당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9200원으로, 1월 기록한 역사적 고점보다 18% 하락한 수치로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매출이 10조원을 넘으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당일 주가는 오히려 하락 마감했다. 지난 30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1만2500원으로 3월 2일 기록한 최고점 15만500원에서 20% 이상 떨어진 상태다.
원인으로는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PC, 스마트폰 등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지만 하반기부터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 사가 생산 설비를 늘리면서 공급 과잉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시장 변동성에 민감한데다 그 진폭도 크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의 김선우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3분기까지는 메모리 가격협상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나, 그 이후는 불확실하다"라고 전하며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급사들이 재고 부족을 이유로 의욕적으로 투자 정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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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마이크론, 난야 등 다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세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사상 최고치인 96.96달러를 기록한 뒤 연일 하락해 미국 현지시각 30일 기준 77.5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난야테크놀러지 7월 주가는 3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30% 이상 낮았다.
무엇보다 '비메모리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금이 반도체 시장에 쏠리고 있다는 평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배경에도 엔비디아등 비메모리 기업의 주가 강세가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4차 산업혁명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비메모리 반도체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차량 등 그 쓰임새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 업체 1위인 엔비디아는 가상현실 구현, 가상화폐 채굴 등에 제품 수요가 몰리면서 주가가 연초 대비 50%넘게 오르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2025년 시가총액은 1조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AMD 역시 2분기 호실적 발표와 함께 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현지시각 28일 기준 2분기 실적이 전년동기보다 99% 상승했다고 발표한 AMD의 주가는 전날보다 7.58% 오른채 마감했다. 주가 등락을 거듭하던 AMD는 최근 장중 106.97달러를 기록하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주가 저점을 다진 뒤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반도체 실적도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고, 여전히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유효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역사적 고점을 넘긴 상황에서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이나 실적이나 전반적으로 가격 조정은 충분히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더 빠지기 보다는 바닥을 다지고 분위기를 반전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2일 삼성전자 주가는 7만9300원으로 전날보다 1.02% 올랐고,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3.11% 상승한 11만600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