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발행가액 산정 전 주가 하락…'공매도 타겟'
아시아나 '제살깎이' 우려…"내버려두긴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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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이 공매도 타깃이 되며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항공업계에 대한 투자 유인이 줄어든 까닭에서다.
에어부산은 증자로 2500억원을 조달해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에 밀린 항공기 리스(Lease,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1차 발행가액 산정일이 2주가량 남은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고자 한 자금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제살깎이'식 지원에 대한 우려도 크다. 에어부산에 항공기 임대를 해줄 뿐 아니라 그 임대료 또한 유상증자로 수혈해준 자금으로 납부받는 상황이어서다. 대한항공과의 합병 이후 출범 예정인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계획 때문에라도 아시아나항공이 연결 자회사 LCC들의 전주(錢主)를 자처한단 평이다.
에어부산은 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주주로는 아시아나항공(41.15%), 소액주주(37%) 등이 있다. 내달 12일 1차 발행가액이 확정되며 일반공모청약은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에어부산은 내년 1월까지 매달 614억원 가량의 유예된 항공기 임대료를 내는 데 조달 자금의 41% 가량을 쓸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항공기를 임대해 운행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순손실이 지난해 상반기 617억원에서 854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라 임대료를 지불하긴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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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부산 주가 추이 및 공매도 현황
관건은 발행가액 확정일 직전 한 달 동안의 주가다. 에어부산은 이달 델타변이 확산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6000원대까지 올랐던 에어부산의 주가는 7월 중순까지 3600원대를 유지해오다가 이달 20일 3325원까지 8% 가량 하락한 상태다.
델타변이 확산으로 항공주 주가가 저조한 가운데, 증자로 인한 희석 부담까지 겹쳤다는 평가다. 여기에 공매도 영향도 언급된다.
실제로 에어부산은 공매도 대상이 됐다. 에어부산에 대한 공매도는 이달 16일부터 본격화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던 20일 공매도는 342주로 나타났고 거래대금은 113만5390원 규모였다. 다음날인 21일 해당 규모의 5배 규모의 공매도가 이루어졌는데, 주가가 소폭 오른 탓에 다음 거래일 공매도를 제한되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유상증자에 나섰던 대한항공이나 제주항공이 105%, 90% 가량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흥행을 거뒀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델타변이 확산 이후 여객 수요 회복이 요원해지면서 저비용항공사(LCC)에 투자할 유인이 거의 없어진 것이 주요한 원인이란 지적이다.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본격 확산된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 수는 최대 1800명대를 기록 중이다.
기관 투자자들도 항공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지 오래라고 입을 모은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이 시장의 관심을 모을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 이유가, 델타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LCC 주가가 잘 가긴 어렵다"라며 "대한항공 말고는 항공사들 상태가 너무 안 좋고 최근 수요회복 기대감으로 주가는 올랐는데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에어부산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종료 이후 LCC 통합으로 항공사 경쟁력이 강화가 기대됨으로 경영투명성과 영업지속성 부분에서 당사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대주주로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야하는 아시아나항공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 항공기를 임대해주면서 임대료까지 대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에어부산을 살려둬야 하는 건가'란 다소 냉정한 시각도 나오지만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을 통합한 '통합 LCC' 출범을 예고한 상태여서 아시아나항공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여러 의구심이 있지만 에어부산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며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의 연결자회사여서 파산하도록 내버려두긴 어려운 데다 통합 LCC 출범 건도 고려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