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불확실성에도 부는 스팩 광풍" 거품주의보
입력 2021.08.09 07:00
    올해 청약경쟁률 1위 한화플러스제2호스팩, 상장 첫날 ‘따상’
    상장할 때부터 어느 산업과 합병할지 예측 가능한 美 스팩 시장
    “최근 합병 성공 사례도 없는데 단기 차익 노리며 과열돼”
    • "높은 불확실성에도 부는 스팩 광풍" 거품주의보

      최근 주식시장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광풍이 일고 있다. 풍부한 시장 유동성과 원금이 보장되고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스팩은 해외보다 불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과열된 시장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은 코스닥 상장 첫날인 5일 ‘따상’에 성공했다.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은 올해 상장한 스팩 청약 중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6~27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비례배정 기준 경쟁률은 993대 1에 달했다. IPO 대어인 카카오뱅크와 청약기간이 겹쳐 저조한 공모 성적을 낼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청약 마지막날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이체 서비스가 지연돼 청약 마감시간을 연장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과열된 스팩시장에 우려의 시선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한국 스팩시장이 해외보다 불투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 “스팩은 기본적으로 언제 어느 기업과 합병할 지 불투명성이 높지만 미국 스팩은 비교적 어느 기업과 할지 방향성이 보인다”며 “스팩 스폰서의 트렉레코드를 보면서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특정 산업에 특화된 스팩도 있다. 카니 테크놀로지(Carney Technology Acquisition Corp II), 노스마운틴 스팩(North Mountain Merger Corp)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컴퓨터와 전자기기 산업에 특화된 스팩으로 지난해 상장했다. 이외에도 미국에는 금융, 헬스케어, 통신 등 다양한 산업의 스팩이 상장돼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스팩의 투명성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상장 및 합병 이전 단계에서 스팩의 정보공개 수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합병 및 역합병 단계에서 스팩 스폰서가 받는 인센티브, 수익창출구조 등을 공개해서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국내 스팩시장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미성숙한 단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 IPO팀이 주도하는 국내 스팩과 달리, 해외는 KKR,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사나 차마스 팔리하피티 등 유명 스폰서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들은 상장 뿐만 아니라 합병 대상 기업의 경영 컨설팅까지 담당하고 있어 투자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미국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업체 퀀텀스케이프, 우주여행 서비스업체 버진갤럭틱, 온라인 스포츠 베팅 업체 드래프트킹스 등 성공적인 스팩 합병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국내 스팩은 최근에 성공적인 합병 사례가 나온 것도 아닌데 주가가 이상적으로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스팩의 합병 성공률은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스팩으로 상장 후 합병에 성공한 기업은 총 100개로 집계됐다. 이는 10여 년간 상장한 전체 203개 스팩 대비 49.2%에 달한다. 

      때문에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스팩보다는 해외 스팩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4일 미국 스팩 및 스팩 합병 기업공개(IPO) 종목에 투자하는 'KINDEX 미국스팩&IPO INDXX ETF'를 내놓았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미래에셋 미국 SPAC 전문투자형사모 증권투자신탁 2호’를 출시했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스팩에 추격매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종목 중 개인의 시세 주도력이 높은 상위 종목에 하이제5호스팩, 유진스팩5호, SK6호스팩 등 스팩 종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스팩이 기록적인 청약경쟁률을 보인 것도 주가 상승에 따른 단기 차익을 일부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합병합병 이슈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스팩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단기 수익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도 스팩 관련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투자자 피해를 우려해 기획감시에 착수한 상태다. 한국거래소 측은 "일부 스팩이 이상급등 현상을 보임에 따라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스팩 관련주 약 20개 대상에 대해 기획감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