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도 바짝 엎드린 삼성금융사
입력 2021.08.11 07:00
    민원 많은 금윰사들 구설수 오를까 조심조심
    경쟁사들 이 틈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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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을  앞두고 삼성 그룹 계열사들이 바짝 몸을 낮췄다. 특히 민원이 많은 금융사들은 잡음을 안내기 위해 바짝 엎드렸다.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를 일을 만들지 말라'는게 요즘 분위기다. 이 틈을 경쟁사들이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가석방 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앞두고 찬반이 갈렸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1056개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문재인 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반해 재계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다 보니 가석방이 결정된 이후에도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가석방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지만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강력반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여론에 뭇매를 맞을 일을 최대한 피하자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 가석방이란 대형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행여 구설수에 오를까봐 각 계열사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원이 많은 삼성금융사들은 더욱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당장 상반기 이들의 분쟁조정 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986건에 달했던 삼성생명의 분쟁조정신청 건은 올해는 828건에 그쳤다. 이중 소송으로 번진 분쟁 조정 건은 총 3건으로 전체 분쟁건수에 0.4%에 불과하다. 삼성화재도 분쟁건수가 지난해 3175건에서 올해 592건이 줄어든 2583건을 기록했다. 소송으로 번진 건은 전체 분쟁건수에 0.8% 수준이다. 삼성증권도 올해 상반기 분쟁건수가 전년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삼성금융사들의 분쟁조정 건수가 줄어든 것이 일시적일 순 있지만 현재의 그룹 내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상품 판매를 자제하고 보수적으로 영업에 나서다 보니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증권사들의 분쟁조정 건수가 대폭 증가했는데 이는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이 있다. 삼성금융사들도 사모펀드 사태와 무관하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그 영향력이 경쟁사 대비 작았다. 

      다만 이렇게 몸을 사리다 보니 경쟁사들이 무섭게 성장하는데 반해 삼성 금융사는 정체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일례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부동의 1위 였던 삼성자산운용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자 요구에 맞춘 테마형 ETF를 내세워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전체 ETF 시장 점유율은 46.65%로 작년동기 보다 7.18%포인트 하락한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점유율 3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 측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진 않고 있다. 삼성금융사 전체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무리하게 영업하다가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가장 경계하기 때문이다. 

      한 삼성 금융사 관계자는 "원래도 보수적인 집단인데 최근 그룹 내 사정과 맞물려 더욱 보수적으로 경영을 한다"라며 "삼성금융사의 가장 큰 목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사고를 안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은 산하에 금융계열사들끼리 연계 영업을 통해서 점유율 확장을 꾀하지만, 삼성금융사는 '각자도생'의 문화가 자리잡았다. 

      금융지주처럼 컨트롤 타워가 명확하지 않고 타 계열사와 연계 영업에 나서다가 오히려 감독당국 눈 밖에 날 수 있어서다. 철저하게 '나만 잘하면 된다'란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까지 남겨두고 있으니 그 어느때보다 이런 기류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굳이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CEO들의 연임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평가다. 올해 연말인사에서 삼성금융사 CEO들의 큰 인사이동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EO들은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연임이 되는 상황인데 굳이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다 보니 주식시장에선 각 계열사 주가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반복 중"이라며 "투자자들은 삼성금융사의 가치보단 이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들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