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 위축 뚜렷
유동성 줄면 하락장엔 가격 낙폭 커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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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시장의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가 제한적으로 재개되면서 3개월간 기관투자자의 참여뿐 아니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거래는 유동성 강화라는 순기능에도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풀이다.
관련업계에선 예상보다 공매도가 증시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데도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과잉 규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개인투자자들이 반공매도 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공매도가 재개된 한 달간 주식 투자자 3명 중 1명이 공매도 관련 피해를 목격하거나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경실련은 공매도 거래가 많은 상위 43개 종목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공매도 투기 종목 조사를 촉구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장과의 면담도 요청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투기 종목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도 개선도 병행할 예정으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의 면담도 함께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이 금융위에 보낸 불법 여부 조사 촉구 탄원서에는 올해 주가가 2000원에서 5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던 HMM 주주가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상황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여론을 신경쓰느라 유동성 공급, 가격 조정 기능 등의 기능을 하는 공매도를 이미 엄격하게 제한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된 3개월 동안 증시 하락에 대한 공매도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되레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는 위축시켰다는 관측이다. 공매도는 지난 5월 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종목에 한해 부분적으로 재개됐다.
공매도가 재개됐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증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전고점을 돌파했다. 지난 6월 25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3300선을 넘은 3302.84로 장을 마감했고 장중 고점(3316.08)도 새로 썼다. 코스닥도 연일 역사적 전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외인과 기관은 코스피200을 중심으로 공매도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전 세계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반등이 더 빨랐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공매도가 있으면 유동성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공매도 금지 사례 분석에서도 단기 조정의 과정을 거치지만 공매도로 늘어난 유동성에 힘입어 주가가 반등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는 감소했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3개월간 기관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860억원에서(2020년 1~3월) 1183억원(2021년 5~7월)으로 반 토막 났다. 공매도 거래대금 자체도 감소하는 추세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월에 7058억원으로 집계됐지만 7월에는 4936억원으로 줄었다.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거래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외인의 공매도 비중은 직전 3개월 대비 20%이상 늘었다.
기관투자자의 공매도가 활발하던 선물 시장의 유동성은 축소됐다.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에서 시장조성자의 주식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공매도 재개에도 차익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규모 자체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시장조성자들은 공매도를 미니코스피200 선물 등 차익거래에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매에 제약이 생기면 주식현물시장 참여 요인도 축소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공매도가 시장을 흔든다는 우려를 듣지 않으려고 업틱룰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LP의 역할도 거의 못 하게 해놓은 상황이다"라며 "지금 상황으로는 공매도를 글로벌하게 하는 외인 빼고는 할 유인이 없다"라고 말했다.
공매도를 활용한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던 운용업계의 환경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롱숏펀드는 2015년 최고점 대비 거의 10분의 1 토막을 기록하기도 하면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투자신탁에서 펀드를 새로 세팅하려고 해도 롱숏펀드가 많이 청산되고 매니저들이 떠나면서 어려워졌다는 전언이다.
반공매도 운동으로 규제가 강화된다면 유동성 공급 감소로 증시 하락장에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거래 부진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내도록 하는 시장조성업무 특성상 공매도와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매도가 증시에서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며 시장조성자의 기능이 축소됐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은 주식은 앞으로 하락장에서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