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회사'로 거듭난 한화에너지, 승계작업 전 기업가치 확대 과제 주어졌다
입력 2021.08.17 07:00
    흡수합병으로 오너회사 거듭난 한화에너지
    ㈜한화와 합병?…DCF 활용시 긍정적 효과
    한화에너지 몸집 불려야…IPO 가능성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의 3형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을 한화에너지가 흡수합병하며 '오너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추후 오너일가의 승계를 위해 ㈜한화와 합병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한화에너지의 '몸집 불리기' 작업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번 흡수합병 이후 한화에너지의 적극적인 한화종합화학 지분 인수, 기업공개(IPO) 등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맥락이다. 

      지난 11일 한화에너지는 자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에이치솔루션의 자산 및 부채를 모두 승계하는 방식으로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율 변화는 없다. 오너회사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에 불과했던 한화에너지가 한화 3남이 직접 소유하는 오너회사로 거듭난 셈이다.

      한화에너지로의 흡수합병 덕에 한화그룹은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화했다. 에이치솔루션은 2017년 한화S&C를 물적분할해 만들어진 회사로 그간 투자 자회사 관리 역할을 맡아왔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흡수합병 이후 기존에 거론됐던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와의 합병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확대해 ㈜한화와 합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언급돼 왔다. 합병비율에 따라 정확한 숫자는 달라지겠지만,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3남이 한화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한화의 지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이젠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한 '한화에너지'로 시선이 옮겨졌다. 물론 영위하는 사업구조가 비슷한 만큼 합병시 시너지가 기대되는 한화솔루션에 비해 ㈜한화의 합병은 명분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오너일가가 그간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의 지분을 매입해 온 정황을 고려하면 불가능하진 않다는 의견이다. 오너일가의 지분을 구주매출로 현금화한 뒤 ㈜한화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 극대화가 중요해졌다.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3형제가 받는 ㈜한화 지분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흡수합병으로 ㈜한화와의 합병시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통상 비상장사의 기업가치 산정(Valuation)시 현금흐름을 적정한 할인율로 할인해 구한 현재가치를 활용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이 적용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에이치솔루션의 잉여현금흐름(FCFF)은 7억원 수준으로 한화에너지(748억원)와 합치면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지분을 한화에너지가 인수하게 된 점도 호재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한화종합화학은 2022년까지 상장해 삼성 계열사의 잔여 지분 24.1%(삼성물산 20.05%·삼성SDI 4.05%) 매각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올해 6월 상장 계획을 철회하며 해당 지분을 대주주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이 인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의 지분을 늘릴 경우 지분 장부가액이 그만큼 늘어나 순자산가치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에너지가 IPO를 시도해 기업가치를 부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IPO 실무진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 에이치솔루션인데, 한화에너지가 이를 인수하면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해야하는 대상이 한화에너지가 됐다"라며 "한화에너지가 다음 IPO 후보로 유력하다고 보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추가 투자를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올인'한 상태다. 이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올초 1조원대의 자금을 조달했을 뿐 아니라 KDB산업은행과 '그린에너지 육성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한화가 금융사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추후 지주사로 전환하게 된다면 에이치솔루션, 한화에너지 아래로 증손자회사 100%를 보유해야만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신사업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산업통상자원부가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외 기업을 증손자회사로 둘 경우 100% 보유 부담이 없다. 추후 한화그룹이 국내 기업 지분을 100% 인수해야 할 경우가 닥치면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에너지를 합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