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VC '핫플레이스'는 인도…고밸류 평가도 '솔솔'
입력 2021.08.18 07:00
    인도 시장 공들이는 VC업계…"인구 효과 기대"
    중국 규제 강화 덕에 주목도↑…투자 대안으로
    인도 GDP 성장률 뒷받침돼야, 고평가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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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VC)업계의 관심이 인도 시장을 향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 2위 인구 대(大)국으로, 투자 열기가 뜨거운 '플랫폼사'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등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필수적인 수치를 만들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 같은 이유로 주목받던 중국은 자국 기술기업의 해외 상장 단속 등 규제를 강화하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다만 '향후 구매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할 가능성'은 걱정거리다. 올해 상반기 인도 경제 성장률이 소폭 하락하며 GDP 성장률 전망치를 상당폭 하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란 평가다. 작년에 인도 스타트업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올해 기업가치가 상당히 고평가된 상태라는 진단도 나온다.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봉쇄 조치가 완화된 2020년 6월부터 인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확대되며 해당연도 상반기 기준 FDI 투자액은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시기 인도에 대한 한국의 FDI 금액도 약 68억달러 가량을 기록했다. 투자 대상도 부동산 거래부터 핀테크 기업까지 다양하다.

    • 국내 VC 하우스들도 인도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자본금이 큰 하우스인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KTB네트워크 등이 인도 투자에 집중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자금을 대주는 투자기관(LP)인 산업은행이나 연기금도 인도 스타트업 투자에 상당히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그룹과 IT기업이 손을 잡고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미래에셋그룹과 네이버는 2018년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스펀드'를 조성해 핀테크 기업인 '크레디트비'(KreditBee) 등에 투자한 바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쿠팡, 야놀자 등에 통 큰 투자를 이어왔던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2를 통해 올해 4월 음식배달 스타트업인 '스위기'(Swiggy)에 5600억원 가량을, 5월에는 인도 금융 스타트업인 '제타'(Zeta)에 2800억원을 투자했다. 8월에는 인도 2위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언아카데미'(Unacademy)에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세계 2위 인구 대국인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인도 스타트업들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가 '플랫폼'인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플랫폼사의 경우, 시장에 기업가치를 설득하기 위해선 MAU, 고객 수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인구만 14억명에 달하는 인도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MAU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인도의 SNS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는데, 처음 투자할 땐 MAU가 40만명이었지만 몇년만에 6000만명으로 늘어났다"라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스케일을 인도 시장에서는 금방 만들어낼 수 있어 유심히 투자 물건을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2의 중국'으로 불렸던 인도가 이젠 중국보다도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의 기업 규제 강화 방침에 따라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을 외면하기 시작하면서다.

      중국 정부가 사교육 금지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게임은 마약' 발언 등이 이어지자 반대급부로 인도의 정보통신(IT)기업들이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인도 정부가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규제를 적극 완화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도 중국보다는 인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인도 정부는 2019년부터 자국 기업 대상 법인세를 기존 30%에서 22%로 인하했고 신규 공장 설립시 15%까지 낮추는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유인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복잡한 노동법도 지난해 말 개정안이 나왔다.

      우려되는 부분은 '시간이 지나도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라는 지적이다. 인도 국민들의 구매력이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인도 스타트업의 MAU 등은 그저 '숫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인도의 경제성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의 연간 성장률은 지난해 7월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올해 초 다시금 반등하며 2020년 초의 절반 수준으로 회복했다. 

      올해 중순 한 투자기관에서는 "인도의 잠재 성장률이 약 6%로 IMF 예상치보다 약간 낮을 가능성이 있다. 중기적 성장 촉진 대책이 담긴 최근 예산안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자들에게 인도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라는 의견이 담긴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인도 스타트업의 밸류가 상당히 고평가된 상태라는 진단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2019년엔 베트남 시장, 2020년엔 인도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 트렌드는 맞다"라며 "그렇지만 이미 인도 스타트업의 몸값이 상당히 비싸져서 지금 투자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