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미래차 주도권 경쟁에 시한 촉박해진 현대차 미래차 전략
입력 2021.08.19 07:00
    M&A·지배구조 개편 통한 선제적 대응에도
    국가 주도 내연기관 퇴출…구조 전환 빨라져
    현대차 재촉하는 시간표…취약점 부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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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선진국들이 환경 규제 문턱을 높이며 차 산업 주도권 확보전에 돌입하고 있다. 친환경차 전환 압박과 함께 내연기관 퇴출 시계가 앞당겨지며 현대자동차그룹에 주어진 시한도 촉박해지고 있다. 경쟁 강도가 거세지며 공격적 전략이 필요한데 미래차 청사진에 비해 빈약한 기존 사업 출구전략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선 회장 체제 들어 현대차그룹은 전략기술본부와 기획조정실 양대 조직을 중심으로 미래차 대응에서 선두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양 조직을 위시해 앱티브나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굵직한 인수합병(M&A) 건을 성사하고 미래차 전략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력으론 폭스바겐, GM과 함께 테슬라와의 격차를 가장 빠르게 좁혀나가는 기업으로 꼽힌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소프트웨어(SW) 역량 집중 ▲M&A를 통한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원천 기술 확보 ▲클라우드·프로세서·배터리 부문에서 외부 협력 체제를 구축해 핵심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룹 차원 선제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코앞에 닥친 주도권 싸움에서 얼마나 성과를 올릴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는 ▲에너지 전환 ▲자동차의 디지털화 ▲서비스 산업과의 연계로 나아가는 중이다. 핵심은 전기차를 통한 데이터 확보에 있어 치열한 판매 경쟁이 불가피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현대차를 찾으며 기술력 입증과 함께 브랜드 가치가 수직 상승했다"라며 "그러나 아직 전기차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곳이 없어 애플처럼 고객 충성도가 높은 테크 기업이 참전하면 잘 팔릴 거란 시각이 많다. 기술력이 부족해도 데이터만 확보하면 SW 역량에선 완성차가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 기술력만으로는 본격적인 점유율 쟁탈전이 벌어졌을 때 쉽게 대응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가세로 경쟁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EV볼륨즈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친환경차 판매량은 약 660만대로 지난해보다 88%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7위를 기록했지만 선두권을 제외하면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형국이다. 

      규제 문턱을 높이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수출 전략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2030년까지 친환경차 침투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행정명령과 함께 현지 생산 차종에 최대 1만2500달러(한화 약 1400만원) 보조금 지급을 준비 중이다. 미국 '빅 3'인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도 공동성명에 참여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부담할 수 있고 해외선 부담하기 어려운 형태로 규제 비용을 끌어올리니 겉은 친환경 정책이지만 실제론 전기차 패권 싸움"이라며 "GM, 포드도 지난해 폭스바겐처럼 판매량을 무섭게 키울 수 있어 현대차에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도 새 시간표에 맞춰 현지 생산거점 확보를 위해 투자를 앞당기고 있다. 그러나 경쟁사처럼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평가가 나온다. 

      우선 미래차 청사진에 비해 빈약한 구조조정 등 내연기관 중심 사업에서의 출구전략 부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8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자 노조는 "국내 공장 투자 확약 없는 일방적 해외투자는 노사 갈등만 야기할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기차 시대 들어 분쟁을 자제하던 노사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지난 2018년 이후 완성차 업체가 3만여명 구조조정에 나설 때 자연 감소를 택했지만 올 들어 정년 연장 요구에 직면했다.

      현대차그룹의 노사 관계는 여전히 윤여철 노무담당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임원 중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사다. 현대차가 3년 연속 무분규 타협을 이어가는 등 성과도 있지만 미래차 시대에 부담이 될 내연기관 중심 사업구조에서의 출구전략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다. 

      증권사 완성차 담당 한 연구원은 "전략 차종을 현지 생산하려면 노조 허가가 필요해 유연한 대처가 어렵다"라며 "5년 동안 점유율을 지키며 노하우를 축적해야 선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데, 내연기관 사업을 포함해 노사 관계까지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시야를 내연기관 협력사 생태계로 넓히면 이밖에도 발목을 잡을 요소가 상당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지원을 요청하는 부품사가 늘고 있는데 미래차 대응이 전혀 안 된 곳이 생각보다 많다"라며 "본격적 구조조정 논의가 시작되면 현대차그룹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