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견조하다' vs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전망 공방전...주가는 '지지부진' 불가피
입력 2021.08.19 16:31
    19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락세 지속
    2주일 새 10%대 하락에도 메모리 시황 의견 '분분'
    양사 모두 최근 시장 우려에 반대 입장 유지
    시장 우려와 업계 시각 온도차 커 주가 전망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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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메모리 반도체 시황 전망을 두고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요가 견조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다운 사이클'을 점친 일부 외국계 증권사와 대치하고 있다.

      상반된 시각을 두고 시장도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다. 메모리 반도체 현물 가격은 최근에도 하락세를 지속하며 '다운 사이클'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반도체 업체 실적에 영향을 주는 계약 가격 움직임은 아직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대두하며 최근 과도한 주가 하락에도 당분간 반등 시점을 점치기 어려운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19일에도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전 거래일보다 1.08%, 1.44% 하락한 7만3100원, 10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9일 종가 기준 나란히 10% 이상 하락했다. CLSA와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 전망을 내놓은 뒤 국내 증권사도 연이어 목표가를 낮춰잡으며 부정적 전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 이례적으로 주가가 폭락했음에도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근 기업 설명회(IR)를 통해 D램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를 일부 인정했다. 다만 큰 틀에서는 '수요 견조'라는 기존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최근 시장에서 PC용 D램 현물가 하락을 감안하고서라도 모바일과 서버 시장에서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계가 자본적지출(CAPEX)이나 공급 속도 조절에 나서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PC용 모듈 현물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DDR4 8기가바이트(Gb) D램 모듈 현물가격은 계약가 대비 20% 가까이 낮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PC용 D램 수요 둔화는 예정된 변수에 불과하고 서버와 모바일 시장 수요가 이를 상쇄하며 하반기까지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거라는 입장이다. 

      앞서 양사는 공급 속도 조절에 나서지 않을 거란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실적 발표회를 통해 공급 속도를 조절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과 선을 그었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수익성이 목표"라며 "과거 반도체 시장에서의 급격한 수급 변동과 가격 변화가 IT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경험이 있어 미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주기) 성격이 예전과 다른 새로운 패턴을 보이고 있다"라며 "조정은 과거보다 작고 짧게 진행될 것이며 칩 생산량은 연간 시장 수요에 약간 못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도 2주 수준의 D램 재고를 확보했지만 연말까지 다시 1주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통상 가격 조정이 단기에 마무리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 가격 하락이 내년 실적 전망까지 끌어내릴 거라고 보는 우려가 있다"라며 "반면 공급사 측에서는 가격 하락이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고 내년까지 수요는 견조하다는 입장이라 공방전 양상을 띠고 있다"라고 말했다. 

    •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는 가운데 바닥을 친 주가가 언제 회복세를 보일지에 대해선 전망이 불투명하다. 

      연초를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은 70조원 이상 증발했다. 상반기에도 일부 주가 조정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난주에 집중됐다. 지난 한 주 외국인 투자자의 양사 주식에 대한 순매도 금액은 7조원 이상. 주간 누적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고점을 찍었을 때보다 더 큰 폭의 조정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계속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를 이어가기 힘들 거란 시각과 함께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9% 오른 1176.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0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최근 2주일 사이 상승폭이 가파르다.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증시 내 시가총액 비중이 여전히 20%대 이상인 만큼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원달러 환율 급등의 경우, 증시 하락에 따른 후행적 환전 수요라기보단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맞물린 '선행 지표'라는 분석이 많다. 환율이 치솟은만큼 국내 증시 투자 매력이 떨어졌고, 추가적인 외국인 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예상하는 양사의 내년 실적 전망치가 아직 현재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우려도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50조원 안팎으로 편차가 크지 않다. 그러나 내년 영업이익 전망은 51조원에서 81조원으로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수요 부진 우려로 실적 전망치는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실적 불확실성이 먼저 해소돼야 주가 반등의 시점을 예상할 수 있을 거란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기준으로 주가가 바닥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내년 실적 전망이 부정적 시황 전망을 반영하면 주가 회복 시점을 점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