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IPO에 삼성重 유증 '유탄'…드릴십 재고 해소 기대도 낮아
입력 2021.08.23 07:00
    1위 현대重 IPO에 관심…삼성重 유증엔 "비싸다"
    유가 상승 불투명…드릴십 재고 축소 전망 어두워
    "카타르 LNG선 수주 목록 포함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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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중공업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 꺼내든 두 번째 카드인 유상증자가 현대중공업의 기업공개(IPO)와 비슷한 시기 추진되면서 '유탄'을 맞는 모양새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제시한 현대중공업의 공모가와 비교해, 삼성중공업의 현 주가순자산비율(PBR) 1.19배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삼성중공업의 '아픈 손가락'인 드릴십 이슈도 단시간 내 해결이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만만치 않다.

      감자를 마무리한 삼성중공업은 최근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신규 발행 주식 수는 2억5000만주로 예정 발행가는 15% 할인율을 적용한 4950원이다. 최종 발행가는 두 달 뒤에 결정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 19일이다.

      이번 유상증자와 지난달 단행한 무상감자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5대 1 비율의 무상감자를 실시한 바 있다. 무상감자를 실시하면 자본 총량은 변화가 없지만 회계적으로는 자본금이 감소하는 대신 자본잉여금이 늘어난다. 이어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자본 확충과 차입금 상환을 통한 부채 비율 축소가 가능하다. 

      다만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정한 편이다. 9월 일반공모 청약이 예정돼 있는 현대중공업 일반 공모 때문이다. 당초 6조원 수준을 기대할 것이라고 알려졌던 현대중공업이 예상 시가총액 4조원대 후반~5조원대 초반의 보수적인 기업가치를 산출하면서 '가격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현대중공업과 비교해 다소 비싸단 평이다. 통상 수주산업은 PBR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19일 기준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PBR 1.19배에 형성돼있다. 할인율을 감안한 공모가는 PBR 1.02배다.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공모희망가는 밴드 하단 기준 PBR 0.77배, 밴드 최상단 기준 0.89배다. 현대중공업이 최대 20%가량 저렴하게 주식을 내놓은 셈이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지난 8년간 적자를 지속해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보단 저렴하게 올라온 현대중공업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다"라며 "현대중공업이 IPO 매물로 올라오면 현대중공업을 다들 치중해 볼 것 같다. 그나마 컨테이너선 위주로 도크(Dock)가 차기 때문에 현대미포조선이 선호돼 왔던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어서 삼성중공업의 주주들이 어느정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15.9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 뒤를 삼성생명(3.06%), 삼성전기(2.16%), 삼성SDI(0.38%) 등이 잇고 있다.

    • 다만 삼성중공업의 재무안정성의 발목을 잡는 '드릴십 재고 해소'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2014년에 수주한 5척의 드릴십이 발주처 사정으로 계약 해지되면서 재고자산으로 보유 중이다. 드릴십은 유정 또는 가스를 시추하기 위해 설계된 상선이다. 통상 유가가 상승하면 드릴십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올해 상반기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준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지 여부에 대해선 대체로 보수적인 전망이 많다. 지난달 말 OPEC+ 산유국들이 감산 완화를 한다는 소식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의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7.5% 떨어진 배럴당 66.42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업계에서도 이같은 석유 감산 완화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가 여전히 저조한 상태라 항공유 가격 상승도 요원해 유가에 대한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100달러 이상 갈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WTI 업사이드가 없어보여서 드릴십은 매력 포인트가 못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카타르의 LNG선 수주 목록에 포함될 수 있을지 여부가 가늠자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선박에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함유량 기준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황산화물을 배출하는 벙커C유로는 해당 규제를 준수하기 어려워지자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카타르가 연내부터 본격 LNG선 수주를 본격화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처럼 규제도 '친환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현대중공업의 IPO에 참여 유인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을 그린쉽 개발, 선박 디지털화, 수소 인프라 구축 등에 쓸 계획이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드릴십담보대출을 상환하거나 자재를 구매하는 데 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