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으론 인플레 방어 못해...자금 운용 고민 커진 새내기 상장사들
입력 2021.08.24 07:00
    Weekly Invest
    공모자금 놓고 투자 고민하는 발행사들
    인플레 방어하려면 1%대 금리는 낮아
    신기사 설립해 투자하거나 금융상품 가입
    금감원 회의적 시각 여전, 제재 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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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기업공개(IPO)를 마친 기업들이 공모 자금 운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1%대 금리에 불과한 예금 등 안전자산에 공모자금을 넣어두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단 판단에서다.

      배당주 등 비교적 리스크가 낮은 위험자산에 자금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사모펀드(PEF) 투자나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설립을 검토하기도 했다. IPO를 주관해준 증권사의 권유에 고이율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자금을 불리려는 의지가 커졌다는 평가다.

      지난 2년간 IPO 공모시장은 조(兆) 단위 딜(Deal)이 넘쳐나며 역대급 활황을 맞았다. 이에 올해 7월 누적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 공모금액은 6.7조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기준으로만 보면 2010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한 상황이다. 

    • 호황을 틈타 공모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운용 방식을 놓고 신기사 설립, 금융상품 가입 등 여러 전략을 짜고 있다. 올해 상장한 한 바이오 기업과 한 중견기업은 신기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한 기술 중심 중소기업은 사모펀드 기반 상품에 투자를 집행했다가 일부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같은 고민의 시발점으로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투자 전략을 짤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 꼽힌다. 

      실제로 연초 예상됐던 인플레이션 압력은 비교적 강한 상태다. 올해 중순부터 미국의 수입물가가 전년대비 10% 이상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을 자극했다. 실제로 4월 보조 물가지표로 활용되는 '절사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해 1월 이후 기울기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상황이다.

      투자업계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투자처로서 '배당주'를 추천하는 것도 이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예적금 금리는 0~2%대를 기록하고 있다. 상장사들이 은행이나 증권사에 공모자금을 예치하지 않고 투자를 통해 보유 자금을 불리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발행사들 입장에서 돈을 가만히 놔두는 것보단 굴려서 가용 자금을 늘리는 것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고, 최근 신기사 설립이 그 방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라며 "1%대 금리로는 투자 수익으로서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공시한 목적대로 공모자금을 활용하지 않는 데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2002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유상증자 등 주식 공모자금의 사용 내역을 결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한 뒤 사후점검을 통해 당초 공시한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강력 제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기류도 당시와 크게 다르진 않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와 금감원은 '신기사 설립은 자본수익 향유 목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본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보단 단순 투자 차익을 얻는 수단에 가깝다는 평가다. 해당 자금을 금융상품이나 투자처에 넣어 '묶인 돈'으로 만들면 공모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인 '적시 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거론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자금을 공시를 통해 제시한 목적 그대로 활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 발행사들이 증권신고서에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라고 표기하는 이유기도 하다"라며 "IPO를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다시 한 번 되묻게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에 일부 기업은 비슷한 사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행해 지분평가 수익을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한다. 많은 발행사들이 증권신고서에 특정 기업의 이름을 써놓진 않았지만 '투자 목적'으로 자금 사용 목적에 포함하는 맥락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단기 수익을 낸다는 측면보단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가 기업이 성장하고나면 전략적투자자(SI)로 전환하는 '전략적 투자'를 목표로 삼는 곳도 분명 있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결돼 있는 사업분야에 투자해 수익 올릴 경우, 지분평가 수익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라며 "환금성이 떨어지는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자금의 타임라인을 잘 짜야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