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마지막 금싸라기'란 이점있어
떨어진 기업가치·불투명한 인수효과는 우려
적정가 2000억~2500억원 수준이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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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브랜드 미니스톱의 매각설이 제기됐다. 지난 2018년 한차례 매각이 진행됐지만 최종 무산된지 3년만이다. 회사는 매각을 공식 부인 중이나 일본 미니스톱의 대주주 일본 이온(AEON)그룹이 미즈호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한 정황이 포착되며 매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첫 매각 시도는 롯데(세븐일레븐)와 신세계(이마트24), 사모펀드 글랜우드PE 간 3파전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세븐일레븐이 최고가를 써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섰으나 당시 편의점 근접출점 제한 규제 우려 영향으로 이듬해 끝내 불발됐다. 그리고 이번 매물 출회설은 실적 저하에 따른 한국 사업 철수 준비 차원이 배경으로 꼽힌다.
일찍이 시장에 진출한 사업자인 만큼 보유 점포가 위치한 입지가 대체로 조건이 좋은 편이다. 현재 서울 수도권 출점 여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외형확장을 노리는 경쟁사에겐 인수이점으로 꼽힌다. 일매출이 상대적으로 큰 편의점을 주력으로 해 점포당 수익 창출력이 타사 대비 높다는 점도 매물의 매력요소란 평가다.
다만 보유 점포 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경쟁사에게 '게임 체인저'로 만들어줄 매물로는 인식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 미니스톱은 점포 수 기준으로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에 이은 국내 편의점업계 5위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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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에 따르면 이번 딜(Deal)은 재무적투자자(FI)들 사이에선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온그룹 또한 경쟁 편의점업체 위주로 태핑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1위를 다투는 BGF리테일(CU)과 GS리테일(GS25)은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상권에 이미 가맹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니스톱 인수 시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번처럼 업계 3·4위인 세븐일레븐(롯데 코리아세븐)과 이마트24(신세계 이마트)가 유력 인수후보로 꼽힌다. 이들이 인수할 경우 업계 순위에 당장 변동은 없으나 후발주자 입장에서 외형 확장 효과를 지나치긴 어렵다.
롯데 입장에서 미니스톱 인수는 후발주자인 이마트의 추격을 뿌리치고 CU·GS25와 빅3 체제를 구성해 선두 경쟁을 다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바이더웨이 인수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전례가 있어 인수에 확신을 갖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있다.
롯데는 바이더웨이 인수 후 지속적으로 자사 세븐일레븐 브랜드로의 통합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세븐일레븐 전환에 따라 미국 본사에 로열티 제공 의무가 생긴 점주들은 이에 불만을 품고 GS25 등 경쟁사로 이탈했다. 편의점 가맹사업은 가맹점주에 구속력이 없어 계약기간이 지나면 점주가 타 업체로 브랜드 전환이 가능하다. 우량점포 이탈로 인수효과가 반감됐을 뿐 아니라 통합이 부진한 사이 기업가치도 함께 하락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입지조건이 좋지 않은 후발주자 이마트24 입장에서 미니스톱은 분명 욕심나는 매물이다. 업계 3위 도약 발판 마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투트랙 수익구조로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인수이점이다. 이마트24는 매출이익 중 일부를 가맹수수료로 수취하는 타 업체들과 다르게 유일하게 정액을 월회비로 받고 있다.
다만 일평균 매출액이 업계 최하위 수준이란 점에서 계약기간이 지난 후 점주들의 집단이탈 가능성이 유독 클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미니스톱 M&A 승자가 오히려 입지가 더 애매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다수 나온다.
3년 전과 비교해 유력 인수후보, 업계 순위 모두 그대로인 상황에서 유일하게 달라진 건 '적정가격'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매각전 당시엔 4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몸값 여론이 형성됐으나 최근 기업가치가 하락해 적정가가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한국미니스톱은 매각실패 뒤 실적 부진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영업이익이 2018년 46억원에서 2019년 27억원으로 줄고 지난해엔 영업손실 143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실제로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한국 미니스톱의 지분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대상그룹이 한국미니스톱 지분 20%를 매각했던 2019년 당시 매각가는 주당 4만945원이었으나 일본 미쓰비시가 일본미니스톱에 지분 전량을 넘겼던 지난해엔 주당 1만87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거래가격이 1년 만에 절반 이상으로 떨어진 셈이다.
업계에선 현재 미니스톱의 적정 기업가치는 최대 2500억원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가맹점포당 기업가치에 기반한 미니스톱 적정 매각가액은 2000억원에서 2500억원 사이로 본다"면서 "공격적 점포 출점을 원하는 업체 입장에선 미니스톱 점포들을 자사 브랜드로 전환시키는 비용이 M&A 비용보다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언급된 유력 후보들의 인수의지도 이전에 못 미칠 거란 분석이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이 롯데·신세계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선두 경쟁하는 상황에서 편의점 업계 시장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편의점 시장을 이전처럼 '오프라인 사업'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 가까운 가맹사업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인수 물망에 올려놓고 재고 있는 유통 대기업에게 편의점 업계 5위 업체 인수는 우선순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언제든 브랜드가 바뀔 수 있는 편의점에 수천억원을 선뜻 지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2018년 매각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재계약이 예정된 점포가 업계에 쏟아지고 있다. 상위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니스톱은 '마지막 금싸라기'란 이점이 분명 있다. 다만 지난 매각전과 비교해 더욱 떨어진 기업가치와 인수후보와의 눈높이 격차, 불투명한 인수효과는 여전히 '승자의 저주'란 우려를 키우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