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보다 '메타버스' 출시 빨라…다양해진 ETN
입력 2021.09.02 07:00
    메타버스·K-뉴딜 등 ETN 상품 출시 이어져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인지도 늘어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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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시장 트렌드에 맞춘 상장지수증권(ETN)이 출시되는 추세다. 그동안 원자재 등 상장지수펀드(ETF)에 없는 상품 위주로 ETN이 상장됐지만, 최근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ETN도 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3일 메타버스와 사업 연관성이 높은 국내 상장사 10곳에 투자하는 '신한 FnGuide 메타버스 ETN’을 상장한다. 메타버스 관련 국내 ETP(ETN·ETF)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버스 관련주에 투자하는 ETF는 이달 말에 4종이 거래소에 동시 상장된다.

      지난해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위축됐던 ETN은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ETF에 없는 상품일수록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추세다. '삼성 인버스 2X 항셍테크 ETN(H)'과 'KB 인버스 2X 항셍테크 선물 ETN' 등 중국 빅테크 30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의 하락에 베팅하는 종목이 각각 8월 거래대금 상위 3·5위에 올랐다. 두 종목의 거래대금은 전체 ETN 8월 거래대금의 11.23%를 차지한다.

      한 증권사 ETP운용팀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많이 된 ETN은 2차전지·BBIG·항생테크 레버리지 등 ETF에 없는 상품"이라며 "ETF 대비 다양한 파생형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활용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향후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증권사도 ETN을 발행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평이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ETN 시장이 안정됐다는 판단에 작년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만든 ETN 상장 제한을 완화했다. 전체 199개의 ETN 중 올해 출시된 ETN은 54개다.

      지난해 5월 '레버리지 ETP 시장 건전화 방안’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과도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레버리지 ETN을 일반 주식시장에서 분리해 별도 시장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원유 가격이 회복될 거란 기대에 원자재 ETN에 신규투자자의 진입이 급증했다. 원자재 ETN 시장에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거래 비중이 97.1%를 차지하기도 했다. 증권사는 ETN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으며, 괴리율이 수급 불균형으로 확대되며 가격 폭등과 투기수요 유입 등 악순환이 발생했다.

    • 이후 거래소는 ETN 자진상폐 요건을 완화해 신규 상품 출시의 부담을 낮췄고, 국내시장 대표지수의 ETN 출시를 허용했다. 이에 그동안 원자재·통화·구조화 상품 위주로 ETN이 상장됐지만, 최근 메타버스·K-뉴딜·시장대표지수를 기초로 한 ETN이 늘고 있다. 삼성증권·KB증권·하나금융투자에서 K-뉴딜(2차전지·BBIG)을 추종하는 ETN 7종을 지난 18일 동시 상장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ETN이 인지도가 부족하고 ETF보다 시장에 늦게 진출해 원자재·통화 등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며 "작년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ETN의 인지도가 증가하자 다양한 상품을 구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ETN은 최소 10개 이상 종목으로 구성해야 하는 ETF와 달리 5개 종목으로도 상품을 구성할 수 있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ETF와 달리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정확히 복제하므로 투자자 입장에서 모니터링이 더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레버리지 ETN에 대한 접근성 제한은 유지되고 있다. 금융위는 레버리지 ETN에 투자하려면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맡기고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도록 지난해 5월 제도를 정비했다.

      아울러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ETN을 향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ETN의 원활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유동성공급자(LP)가 존재하지만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에 호가를 제출하거나 거래를 체결시킬 의무가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사상 처음으로 유가가 마이너스권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레버리지 ETN 쏠림 현상이 일반적인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면서도 "작년처럼 ETN에 과도한 수요가 몰릴 경우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