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도 연기도 쉽지 않다…그룹 차원 고민거리 된 LGES IPO
입력 2021.09.03 07:00
    10월까지 연내 IPO 추진 여부 가릴 예정
    LGES·LG전자·GM 3사 공동 조사해 충당금 반영
    IPO 위해선 LGES 비율 적어야…LG전자엔 부담
    내년 연기할 경우 모회사 LG화학에도 차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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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ES)이 기업공개(IPO) 추진 일정을 두고 숙고에 들어갔다. 연내 상장을 위해선 GM과의 리콜비 협상과 잠재 투자자들의 화재 관련 우려를 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평이다. 연기하자니 LGES는 물론 모회사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룹 내 다수 계열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형국이다. 

      지난 8월30일, LGES는 GM과의 리콜 관련 협상 결과 및 시장 상황을 고려해 오는 10월까지 IPO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LGES와 LG전자·GM 3사는 공동으로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2차 리콜에 따라 발생한 추가 충당부채는 조사 결과에 따라 LGES와 LG전자의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2분기 LG전자와 LGES는 GM이 인식한 8억달러(원화 약 9300억원) 리콜 비용에 대해 각각 2346억원과 910억원을 충당부채로 반영했다. GM이 추가로 설정한 10억달러(원화 약 1조1612억원)의 리콜 비용에 대한 양사 부담은 확정되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 충당금 비율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라며 "3사가 공동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나면 각사의 분담비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ES 역시 3사 공동 조사를 통해 최종 리콜 조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 3사가 추가로 반영할 충당금 비율은 IPO 흥행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추가 리콜 대상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된 GM의 2019~2022년형 쉐보레 볼트 EV 7만3000대다. 지난번 비율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LGES 부담은 1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반면 LG전자는 2500억원 이상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구조다. IPO를 목전에 둔 LGES로선 충당금이 적을수록 유리하지만 LG전자 투자자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다. 

      시장에선 LG전자가 지난해 10월 미국 전기차 부품 생산법인 'LGEVU'의 배터리팩 설비를 LG화학에 이관한 점을 들어 추가 리콜에서 LGES의 충당금 비중이 대폭 불어날 수 있다고 본다. 해당 설비는 지난 2017년 LG전자가 설립해 운영해왔지만 LGES 분사를 앞두고 LG화학을 거쳐 LGES로 통합됐다.

      그룹 계열사 간 사업부 양수도 시점을 두고 딱 잘라 책임 범위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1차적으로는 GM과 LG그룹 사이 책임 소재를 가리면 LG전자와 LGES가 각각 얼마씩 부담할지 재차 협상이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일각에선 그룹 최대 규모 공모 거래를 앞두고 지난번 비율을 그대로 적용할 거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그러나 LGES의 IPO 흥행을 위해 LG전자가 부담을 지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주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LGES가 쌓아야 하는 충당금을 최소화하더라도 리콜 관련 투자자 불안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다. 다른 고객사로부터 추가 리콜이 발생할 경우 LG전자의 부담이 거듭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리콜 관련 불확실성을 모두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IPO 일정을 연기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자칫하다간 LG전자와 LGES 사이 갈등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라며 "단순히 성공적 IPO를 위해서 일정을 강행했다가 다른 리콜 문제가 불거지면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IPO 일정을 내년 이후로 미룰 경우 한창 증설에 나서야 할 LGES는 물론 모회사 LG화학의 투자 재원 문제까지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LGES가 배터리 생산설비 규모를 2023년 260GWh, 2025년 430GWh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1GWh 증설에 1000억원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안에 설비 확충에만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상장이 미뤄지는 만큼 투자 일정을 지속하기 위해 재원 마련 계획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LGES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LG화학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친환경 소재와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 등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투자 재원 상당 부분이 LGES의 상장 시점 구주매출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일정에 따라 모회사인 LG화학의 사업 일정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단 설명이다. 

      LGES가 증시 입성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기업 가치(EV)를 인정받느냐에 따라 모회사인 LG화학에 유입될 현금 규모는 조 단위가 오갈 수 있다. 반면 LGES의 몸값은 현재 예측 불가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간 증권가에선 경쟁사인 중국 CATL의 시가총액 약 210조원을 기준으로 50조원에서 100조원 사이 추정치를 제시해왔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LGES 내부에서 SK이노베이션에서 유입된 소송 합의금 1조원을 포함해 투자 자금에 여유가 있는지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LG그룹은 물론 코스피 역사상 가장 덩치가 큰 거래이기 때문에 모회사인 LG화학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충당금 규모나 IPO 추진 여부에 따라 LG전자와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수 계열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인 만큼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