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간접투자 방식에 수수료는 '더블'
中日 교차상장 ETF는 흥행 실패
'차이나 리스크’에 중국 증시 매력도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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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에서도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등록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양국 거래소는 각국의 ETF를 교차상장(상대국 ETF에 100% 투자하는 자국 ETF를 각각 상장하는 방식)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운용업계에서는 ETF 교차상장으로 인한 실익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중국 ETF의 국내 등록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 시행규칙과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한국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는 ETF 분야 협력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 거래소는 MOU에 따라 교차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선 OECD 38개 가입국과 홍콩·싱가포르에서 상장된 역외 ETF만 등록·판매할 수 있었다.
국내 자산운용사도 중국 ETF의 교차상장을 위해 중국 현지 자산운용사와 MOU를 체결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7월 9일 중국 보세라자산운용과,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차이나AMC와 협약을 맺었다. 삼성자산운용은 건신기금과 교차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15년부터 건신기금의 ETF에 자문을 시행하는 방안으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운용업계에선 한중 ETF 교차상장이 실질적으로는 경제적 이점이 없을 거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에 상장된 ETF를 국내 개인투자자가 직접 사는 방안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교차상장 ETF는 상대국 ETF의 100%를 담아 자국 ETF로 상장하는 재간접투자 방식이다. 중국 ETF 운용사와 중국 ETF를 재간접투자하는 국내 운용사 두 곳에서 운용보수가 발생한다. 운용보수가 높아진 만큼 투자자는 수익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령 CSI300(상하이·심천 증권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상위 300개 주식) 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운용의 'TIGER 차이나 A300 ETF' 수수료는 연 0.77%며, 중국 차이나AMC의 'ChinaAMC CSI300 Index ETF’ 수수료는 연 0.7%다. 미래에셋운용이 차이나AMC의 ETF를 담는 ETF를 출시할 경우 이보다 수수료는 높아진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 중국지수를 이용한 ETF를 직접 상장해 운용하는 곳이 많아 이중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재간접 방식의 ETF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ETF는 최근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언론에 노출이 쉬우니, 금융당국이 중국과 금융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식’으로 드러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과 일본의 교차상장 ETF가 사실상 방치상태란 점도 걱정된다는 평이다.
중국과 일본은 2019년 ETF 교차상장을 시행했다. ETF 교차 상장 합의는 2018년 아베 신조 총리의 방중 이후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에 일본의 닛케이평균지수·토픽스지수에 연동하는 ETF 4종과 중국의 상하이지수에 연동하는 ETF 2종이 양국에 각각 상장됐다. 일본에선 ETF를 통해 '차이나머니’가 유입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직상장 ETF보다 수수료가 최대 20bp(0.2%포인트) 높은 등 이중보수 문제에 현재는 거래량이 거의 없다.
최근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며 중국 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가 IT 산업을 넘어 교육·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번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진핑 주석은 부의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동부유'를 앞세우며 기업에 대한 압박과 시장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을 담은 투자자들이 점차 발을 빼는 모습이다. 아크인베스트는 중국 기술주를 대거 처분했다. '아크이노베이션 ETF’는 상반기 중국 투자 비중이 8%에 달했지만, 7월 말에 1% 미만으로 급감했다. 블랙록자산운용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미국 주식 보유 지분 88.3%를 지난 11일 매각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알리바바가 차지하는 비중이 1분기 0.56%에서 2분기 0.06%로 급락했다.
그럼에도 국내 운용사가 중국과 ETF 교차상장을 준비하는 건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할 필요가 없지만, 금융당국이 제안하니 웬만해선 따라가자는 입장"이라며 "당국이 백신 문제로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최근 중국과의 교류를 사리자 진행이 멈춘 상황"이라 말했다.
이에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5월 중국과 MOU 체결하기 전에 운용사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며 수요조사를 했으며, 현재는 실무적인 부분에서 검토 중"이라며 "중국은 해외 자본 유출에 엄격한 나라라 ETF 교차상장을 시작으로 자본시장 협력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