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플랫폼’ 현대중공업, 수요예측 흥행 배경은 ‘친환경’ 가능성
입력 2021.09.09 07:00
    조선업·非플랫폼사 한계 깨고 기관투자자 청약 흥행
    친환경 기술 개발에 진정성 보였다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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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중공업이 예상 외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업설명회 당시 친환경 사업 전환을 강조해왔는데, 해당 기간 메탄올 선박 수주 결과가 나오면서 시장 설득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환경 규제가 심화되면서 회사 차원에서 ‘생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점수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진행된 현대중공업 수요예측 결과 총 경쟁률은 약 1835.87대 1로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상반기 SK IET 결과(1833대 1)을 소폭 앞선 결과로, 코스피 사상 2위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 밴드 결과로도 밴드 상단 및 밴드 상위 75%~100% 이하로 제시한 기관들이 대부분을 이뤘다. 공모가는 최상단인 6만원으로 결정됐다. 

      확약 비중도 약 53%로 높은 편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 확약기간은 최소 15일에서 최장 6개월이다. 앞서 공모 흥행을 기록한 SK IET(57.9%)보다는 낮지만 카카오뱅크(45%)를 웃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공모를 둘러싼 우려 섞인 시선과 반대의 결과인 셈이다.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전통 업종인 조선업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중공업이 공모 계획을 밝힐 때까지만 해도 매력적인 공모주로 보기는 어려웠다.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 등 최근 인기가 좋은 ‘플랫폼’ 업종이 아닌 데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환경오염 이미지를 지닌 업종인 탓이다. 상장을 앞두고는 작업장에서 인명 사고가 나는 등 ‘ESG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친환경 전환’ 강조가 실제 수주 결과와 청약 시기가 맞물리며 투자자들 설득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24일 유럽 머스크 선사로부터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해당 발표가 기업설명회 기간과 맞물리면서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친환경 사업 추진 의지를 증명하기에 적절했다는 의견이다.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현대중공업이 전 세계 최초로 수주했다.

      전 세계적인 선박 환경 규제로 조선사들로서는 친환경 관련 사업 추진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5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보다 최소 3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50년이 되면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를 각각 70%, 50%까지 줄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대표적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에 비해 부채비율이나 수익성 등 재무구조가 나은 편이다. 공모금액으로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관련 신사업에 쏟아 부을 여력도 친환경 경쟁사들보다 충분한 셈이다. 환경적 규제의 압박은 동일하지만 해당 상황에서 빠르게 신사업을 추진할 재무적 체력이 있는지 여부는 각 회사의 능력에 달려있다.

      다만 아직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결과가 남아있는 만큼 공모 흥행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선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다소 남아 있는 데다 롯데렌탈 사례 등에서 생긴 대기업 공모주에 대한 우려도 아직까지는 남아 있다는 평가다. 

      또한 아직까지 친환경 선박 시장의 기술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해당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친환경 선박으로 거론되는 분야는 암모니아, 메탄올 등으로 기술 개발까지 최소 1~2년은 필요한 상황이다. 

      박무현 한국해양대학교 겸임교수는 “현대중공업이 강조하는 메탄올 등 친환경 선박시장은 다양한 연료가 등장하면서 기술표준이 정립이 안 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더구나 본격적인 환경규제는 2023년부터 시작돼 친환경 선박시장의 신규 수주 전망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