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없는 액티브 ETF…상관계수 규제에 패시브와 차별성 적어
입력 2021.09.14 07:00
    까다로운 상관계수 기준에 특색 살리기 어려워
    패시브 ETF와 종목 구성 대체로 유사
    금융위 "아직 도입 초기라 기준 완화 계획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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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지 1년이 됐으나, 운용이 아직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유종목(PDF)이 패시브 ETF와 유사하며, 그동안 PDF의 변화도 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운용업계는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 기준에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28일 동시 상장한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첫 주식형 액티브 ETF 2종은 이번 달 말에 출시 1년을 맞이한다. 액티브 ETF는 기존 주식형 ETF와 달리 비교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구현하도록 운용방식을 허용한 ETF다. 상장 이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 ETF’는 37.28%,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ETF’는 37.86%의 수익률(9일 기준)을 기록했다. 국내주식 ETF의 1년 평균 수익률 27.37%를 상회한다. 

      인베스트조선의 분석에 따르면, 9일 기준 두 액티브 ETF는 각각 자사의 패시브 ETF와 PDF가 유사하다.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종목과 매매 시점을 선정할 수 있는 액티브 ETF의 장점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ETF는 'TIGER KRX300 ETF’와 종목이 74.3% 유사하다. 상위 PDF 10개를 비교하면 9개가 같으며, 구성 비중도 비슷하다.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ETF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성장주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 TIGER KRX300 ETF는 코스피·코스닥의 대표 30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 ETF 경우 유사도가 더 크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 ETF'와 비교할 경우 PDF가 83.7% 일치한다. 상위 PDF 10개 중 7개가 같으며, 구성 비중 역시 비슷하다. 또한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 ETF는 비중의 변화만 있을 뿐 1년 전 PDF와 86.9%가 같아 상장 이후 PDF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ETF는 PDF가 46개(25.1%) 늘어난 영향으로 1년 전과 비교 시 50.82% 일치한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의 패시브 ETF는 PDF가 각각 13.1%, 18.8% 바뀌었다. 1년 수익률은 각각 33.17%, 30.47%로 자사 액티브 ETF보다 낮다.

    • 운용업계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 기준이 까다로워 액티브 ETF의 특색을 살리기 힘들다는 평이다. 상관계수는 ETF와 추종지수와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ETF와 추종지수의 유사성이 높다. 

      액티브 ETF의 경우 상관계수를 0.7 이상 추종해야 한다. 액티브를 표방하면서도 펀드매니저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30% 수준에 그친다.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3달간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기존 패시브 ETF는 상관계수 0.9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패시브 ETF는 추종지수를 복제하기에 해당 규정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재량으로 담은 종목의 수익률이 급등할 경우 상관계수가 깨져버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30%도 재량껏 운용하지 못한다"며 "일 년에 두 번 정도 PDF를 바꾸는 패시브 ETF와 달리, 액티브 ETF는 일주일에 많으면 두세 번 바꾸면서도 액티브 ETF가 '액티브’하지 못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첫 ETF가 출시된 미국에는 상관계수와 관련한 규제가 없다. 미국 자산운용사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지 않고, 직접 운용 전략을 세우며 적극적으로 PDF를 구성할 수 있다. 아크인베스트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2019년 한 해 동안 1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상관계수 기준과 관련한 운용사의 불만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은 없다"며 "액티브 ETF가 도입된 지 1년밖에 안 됐고, 출시된 상품도 몇 개 되지 않아 아직은 경과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