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신규 유입 요인 아니라는 평
투자자 편의 증대라는 방향성은 긍정적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 3분기부터 소수점 주식 거래가 허용될 전망인 가운데 시장에선 이를 두고 엇갈리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 편의를 키우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질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국내외 소수단위 주식거래 허용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1주 단위로만 거래가 가능한 국내 주식의 소수점 매매가 허용될 예정이다.
상법 제329조 '주식 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하나의 주식은 더 세분화할 수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투자자의 소수단위 주문을 취합해 온주를 만들어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번제도 개선을 통해 ▲금액단위로 주식투자 가능 ▲고가의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기회 확대 ▲금융투자에 대한 조기 학습기회로 활용 가능 ▲맞춤형 포트폴리오 서비스 대중화에 기여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투자자 편의는 증대되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실질 수요에 대한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우량주를 저렴하게 사거나 분산 투자가 용이해질 거라는 기대가 있지만 시장에는 이미 펀드 등 대체 수단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최근 순자산총액 50조원을 넘으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국내 주식형 ETF 역시 적립식 매매가 가능하다.
ETF와 달리 소수단위 주식 거래는 실시간 거래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소수단위 투자의 경우 증권사 입장에서 온주를 취합해 주식을 주문하다보니 지정가(원하는 가격)에서는 거래가 어렵다. 이 때문에 주식 소수점 거래를 허용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도 원하는 가격이나 시점에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 보장이 안되는 점을 투자 위험요소라고 고시했다.
시장 전체로 봤을 때 신규 주식 거래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LG생활건강 등 주가가 100만원 이상의 고가 종목들은 거래량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저가 종목에서 비롯된 '순환 매매'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거래대금과 거래량을 활성화시키는 핵심요인은 '유동성'과 '상승에 대한 믿음'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1400선까지 하락하자 거래대금은 1년이 되지 않아 두배 넘게 폭증했다. 지난 1월 코스피의 거래대금은 529조55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3월 집계된 거래대금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2016년 한국거래소가 증권·파생상품시장의 정규 매매 거래시간을 30분 늘렸을 때 조치와 같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당시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조치가 박스피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는 관측이다. 주식 소수점 거래도 유동성 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엔 부수적 조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태준 유안타 연구원은 "주당 가격이 고액이 주식들의 거래량이 과거 삼성전자나 카카오 액면 분할 때와 같이 증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판단"이라면서도 "이로 인해 증시 전체의 거래대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데, 거래단위 변화보다 중요한 변수는 시장 전체의 유동성 증가 여부이기 때문"라고 말했다.
리테일 경쟁이 심화된 증권사들 사이에서 주식의 지나친 상품권화가 벌어질 수 있다는 냉소적 시선도 있다. 신규가입을 하면 삼성전자 0.01주를 드린다는 식의 홍보도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토스증권은 비대면 주식계좌를 개설할시 무작위로 주식 1주를 배분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궁극적으로는 거래대금을 늘릴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 소수점매매는 주식 거래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이라며 "규제나 법안이 투자자한테 편리한 쪽으로 간다면 궁극적으로는 거래대금도 늘어나고 증권사도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