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관련 제재심 앞둬
"수위 낮은 제재심" 조심스러운 관측
금융권 반응 "관치 강화 불러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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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1심 결과에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앞으로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앞으로 줄줄이 남아 있는 금융사 CEO 제재 결과부터 달라질 수 있다.
감독당국이 더욱 촘촘한 규제의 칼날을 들이 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관치’가 더욱 촘촘해지고 정교해질 것이란 우려다.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재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 11부는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 이유에 대해 금감원이 제재에 나서기 위해선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관련 법령과 고시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개정해 예측가능성과 실효적 규제가능성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즉 금융회사가 지킬 수 있게끔 법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해당 법령을 통해서 금융회사 CEO를 제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비록 재판부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진 않았다. 금융기관에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과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처벌할 법리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손 회장 편을 들어준 이유이기 때문이다.
당장 손 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행정소송이 시작될 무렵만 하더라도 회장직을 계속해서 수행할 수 있냐는 우려가 많았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으로 힘이 쏠릴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이런 우려는 사라졌다. 라임 건과 관련해서도 중징계를 받았지만 이번 판결로 해당 제재 수위도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여러 M&A 건들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에서도 일방적으로 손 회장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라서 당장은 대외적으로 활동폭을 넓히기에는 다소간의 제약은 있다는 섦명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이 그룹 경영에 주도권을 더욱 강화시킬 발판을 마련했다”라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투자, M&A 건에서 손 회장의 입김이 더욱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비단 우리금융뿐 아니라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CEO 제재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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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명의 금융사 CEO들이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해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는 해당 판결을 보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서 제재심 일정을 미뤄둔 상태다. 이번 판결로 이들의 제재 수위가 낮이질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금감원과 소송전을 진행 중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직접적으로 해당 재판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사 CEO들도 제재 수위가 낮춰지지 않으면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EO들의 제재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법원이 손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제재심에서 제재수위가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재심을 앞둔 CEO들에겐 이번 판결이 구사회생의 기회를 주었지만, 금융권 전체적으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을 것이란 견해다.
우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융사 CEO의 징계 권한을 금감원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더불어 금융회사의 그간의 관행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회적으로 법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라고 주문한 것이라서 감독당국은 해당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항소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리지만 감독당국은 소송절차와 별개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법을 재정비하는데 공을 더 쏟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필연적으로 ‘관치’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사들은 상품의 출시부터 판매까지 감독당국이 제시하는 세부적인 규정을 지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 판매를 위해선 일일이 감독당국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실무진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해당 판결로 규제만 더욱 늘게 생겼다”라며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일은 점점 더 힘든일 이딜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