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위기 최대 피해자 된 모빌리티…상장부터 투자자 회수까지 안갯속
입력 2021.09.23 07:16
    '문어발 확장' 도화선 된 스마트호출 등 사업 축소
    카카오 ‘때리기’에 카카오모빌리티 희생양 평가도
    상장 추진 상황에서 투자자들 "왜 우리만?" 불만
    수익성 악화 불가피...가치 평가도 하락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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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카카오그룹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전방위 압박을 받자 가장 먼저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조정안을 내놓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장을 추진하던 상황이지만 유료 서비스를 축소함에 따라 향후 어떻게 수익을 내고 얼마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을지 불투명해졌다. 카카오는 그룹 차원에서 주가 부양,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해왔는데 정작 불똥은 카카오모빌리티에만 튀니 주주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지난 14일 카카오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3천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상생 방안을 내놨다. 계열사 중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인하하기로 했다. 대리운전 기사로부터 20%의 고정 수수료를 받아왔는데 앞으로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로 변경할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과 투자자 회수 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단 회사 측은 상장 계획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까지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왔다. 작년 매출은 2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영업손실은 141억원으로 전년(209억원)보다 줄었다. 상생안에도 불구 카카오모빌리티의 본질적인 사업 경쟁력까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매출의 절반가량을 택시사업에서, 나머지는 대리운전 사업에서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생안을 따르자면 두 주요 사업부문에서 당장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스마트호출 서비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수입원이다 보니, 수수료율 인상은 곧 '이익 실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수년 동안 유상증자를 통해 여러 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을 유치해 왔다.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에, 성장하는 '모빌리티' 이미지까지 얹어지니 너도나도 앞다퉈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에 나섰다. 시장 점유율도 절대적이라 머지 않아 돈을 버는 회사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증시에 나선 카카오 계열사들도 시장의 후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상생안으로 상장 시 기업가치(EV) 평가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시장에서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해 주가매출비율(PSR)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예상 기업가치는 7~8조원으로 거론돼왔는데, 경영진들은 최대 15조원까지도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가 당장 매출 규모를 책임지는 핵심 사업에서 철수 또는 축소 의지를 밝힌 만큼 기업가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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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자 입장에선 이번 상생 방안 발표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실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 논란'의 직접 도화선이 된 것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 호출 서비스다. 지난달 스마트호출의 이용료를 높였다가 비판을 맞았고, 이후 계획을 백지화했음에도 부정적 여론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카카오그룹 입장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를 전면에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주주나 투자자 입장에선 이런 결정이 달가울리 없다. 카카오가 최대주주고, 카카오모빌리티가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그룹 차원의 전략에 따라 전 계열사가 주가 부양과 투자 유치에 혈안이 됐었는데 한 곳만 그룹을 대신해 뭇매를 맞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사와 주주가 결정을 내리고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카카오 그룹 전체의 책임 의식을 왜 카카오모빌리티가 짊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렇잖아도 수익을 어떻게 내느냐가 핵심이었는데 타격을 입었으니 상장이나 기업가치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업 모델은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이다. '소통' 부문에서 카카오톡이 플랫폼 시장을 선점했듯 '이동'과 관련된 데이터를 그러모아 카카오모빌리티가 최초의 사업자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제는 납작 엎드리는 형국이 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소프트웨어(SW) 역량에 기대 연합체를 구성하려던 전략적투자자(SI) 입장에서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 티맵모빌리티 등 경쟁 사업자에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 사업을 키우자면 상장을 통해 조 단위 유동성을 끌어모아야 하고, 몸 만들기 과정에서 필요한 게 택시·대리운전 등 캐시카우 사업"이라며 "모든 투자자들이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털고 나가려 들어온 것은 아니겠지만, IPO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 불쾌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