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IPO 지연에 울고 웃는 증권사들...'올해 1위 누구나 가능'
입력 2021.10.01 07:00
    KB證 7개 분기만에 ECM 1위 차지…카뱅·유상증자 덕택
    상위 4개 證 발행금액 비슷…4분기 빅딜이 순위 가를 듯
    KB證 독주 견제하던 업계, LG엔솔 상장 무산에 안도하기도
    • 올해 상반기 2위에 머물렀던 KB증권이 3분기 기준 전체 주식자본시장(ECM) 순위 1위로 올랐다. 카카오뱅크 등 빅딜(Big Deal)의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려온 만큼, 결국 KB증권이 올해 전체 1위를 굳힐 것이란 전망이 짙었지만 최근 KB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은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업계의 기류가 달라졌다. 

      ECM 전체 주관 기준 1위부터 4위를 차지한 증권사들의 발행금액 규모가 큰 차이가 없다.  독주하던 KB증권을 견제하던 미래에셋증권 등 굵직한 IPO 하우스들이 4분기에 있을 딜(Deal)들을 토대로 순위를 뒤집을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28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E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증권이 ECM 전체 발행금액 4조595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1위에 올랐다. IPO 주관 기준으로 보면 11건의 딜의 주관사를 맡으며 5위를 기록했지만 꾸준히 역량을 보여왔던 유상증자 부문에서 2조8434억원 수준의 발행금액을 기록하며 1위에 오른 덕이다.

      이는 공모 규모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던 지난해 1분기, KB증권이 ECM 전체 주관 기준 1위를 차지한 지 1년 반 만의 성과다. 당시 KB증권은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 주관사를 맡으며 유상증자 주관 순위 1위에 올랐다. 다만 당해 한 분기 만에 SK바이오팜 IPO 등의 빅딜을 수임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에 밀려 결국 6위를 차지한 바 있다.

    • 지금은 달라졌다. 공모 규모가 큰 딜에 공동주관사로라도 참여하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3분기 빅딜이었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다음으로 공모 규모가 큰 현대중공업의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또한 올해 3월 3300억원대 규모의 롯데리츠의 유상증자 인수단에 포함돼 1억3884억원가량의 인수수수료를 수취한 바 있다.

      무엇보다 KB증권이 빅딜의 주관사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가장 주요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카카오뱅크 IPO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며 근소한 차이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모습이다. 2주 전 프레젠테이션(PT)을 마무리한 SSG닷컴도 KB증권과 관계가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기업영업에 있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그간 업계는 KB증권의 독주에 견제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KB금융지주 통해 굵직한 딜들이 제안되기도 할 뿐만 아니라 KB증권이 채권자본시장(DCM) 부문 강자인 덕택에 기업금융(IB)과의 연계가 활발히 된 덕에 빅딜 수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KB증권 실무진들이 상당히 피로감이 컸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끝까지 딜 주관을 이어가 놀랐다"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4분기에 있을 빅딜이 ECM 전체 주관 순위를 가를 전망이다. ECM 전체 주관 기준 각각 1위, 2위를 차지한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발행금액에 있어 600억원가량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과 마찬가지로 전체 ECM 발행금액 규모가 4조원대다.

      4분기, 즉 연내 상장이 점쳐졌던 기업은 단연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올초부터 상장 계획이 알려지면서 다수의 증권사들이 인수단으로라도 들어가기 위해 고위임원들까지 나서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일단락된 줄만 알았던 배터리 화재가 또다시 문제로 불거지면서 연내 상장이 어려워졌다. LG배터리를 사용하던 미국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이 전기차 리콜을 결정한 것이 또다시 불을 당겼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은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투자업계 관계자들도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재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관사던 KB증권이 ECM 전체 순위 1위를 굳힐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모건스탠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 등 7개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했고 그 중 KB증권은 국내 대표 주관사를 맡은 바 있다.

      증권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KB증권과 발행금액 규모에 있어 큰 차이가 없던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게도 1위를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불투명해지기 전까지만해도 올해 전체 ECM 순위 1위는 KB증권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유상증자 뿐만 아니라 IPO 빅딜에도 이름을 계속 올렸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어려워진 상태라서 여러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